물보다 낫다…샌드위치패널 화재 때 복사열 줄인 '거품'의 비밀
지난 15일 대구 서구 중리동 재활용 공장 화재는 샌드위치 패널이 불을 키웠단 분석이 나온다. 샌드위치 패널은 두 강판 사이에 스티로폼 등을 채운 건축 마감재다. 비용이 저렴하단 장점이 있지만, 불이 붙으면 급속도로 번지는 게 단점이다. 최초 불이 난 공장 주변엔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여러 개 밀집해 있었다. 결국 불은 9시간10분 만에야 꺼졌다. 공장 13개 동을 태운 뒤였다.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 공장
지난해 샌드위치 패널의 난연(難燃) 성능을 강화하도록 법이 개정됐으나 그 전에 지은 공장엔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소방본부가 보다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고안해 관심이다. 거품 소화 약제를 주변 건물 외벽에 뿌려 화재 복사열을 차단, 불이 옮겨붙는 걸 최대한 늦추는 거다. 현재 전국 소방서엔 카프(CAFS) 소방차가 도입돼 있다. 이 차량은 물과 소화 약제를 고압으로 공기와 섞어 거품 형태로 분사하는 게 가능하다. 지금까진 불이 난 지점에 물을 집중적으로 뿌리는 방식으로 진화작업을 벌여왔다고 한다.
아이디어를 낸 이호욱 대구 서부소방서 현장지휘단 화재조사관은 “카프 소방차에서 나온 소화약제 거품이 패널 외벽에 달라붙으면, 복사열을 차단하면서 일종의 보호막 역할까지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조사관은 현장의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는 소방 119 리빙랩을 통해 ‘연소확대 방지를 위한 카프 소방차 활용 방안 연구’를 제안했고, 국립소방연구원과 협의로 연구가 이뤄졌다.
패널 온도…미도포〉물〉거품 소화약제
지난 4월 18~19일 이틀간 대구서부소방서에서 소방관 6명과 국립소방연구원 4명이 실험을 진행했다. ‘디귿(ㄷ)’ 형태로 만든 세 개의 샌드위치 패널(가로 2m, 세로 2m)을 세우고 안엔 실험용 버너를 설치해뒀다. 두 개 패널 겉면엔 각각 소화약제 거품과 물을 뿌렸다. 나머지 하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버너에 불을 붙이자 일반 패널은 32~33초가 지나자 온도가 상승했지만, 약제가 묻은 패널은 380~501초(측정지점 높이마다 상이)에 온도가 오르기 시작했다. 물을 뿌린 패널(238~344초)과 비교해도 온도상승 지연효과가 나타났다. 패널 안쪽 온도도 마찬가지였다. 800초까지 측정하자 거품 약제를 뿌린 패널의 내부 온도는 물 대비 최대 24.3도 낮았다.
대구소방본부 측은 실험 지원결과 보고서를 통해 “거품 소화약제가 소방용수(물)에 비해 복사열로 인한 온도 상승을 효과적으로 지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샌드위치 패널 공장 화재 시 기초 연구 자료를 토대로 면밀히 검토한 뒤 현장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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