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교육 광풍 현실”… ‘일타강사’ 빼가기 수백억 소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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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국어 영역 '일타강사'로 꼽히는 유대종씨는 2019년 10월 메가스터디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경쟁업체인 ST유니타스의 스카이에듀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소송전에 휘말렸다.
유명 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씨도 스카이에듀를 상대로 이투스가 자신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등 약 86억원을 대신 지급해야 한다며 202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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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가 손배금 대납 조건 걸기도
“사교육 시장의 기형적 규모 보여주는 예시”
수능 국어 영역 ‘일타강사’로 꼽히는 유대종씨는 2019년 10월 메가스터디와의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경쟁업체인 ST유니타스의 스카이에듀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수백억원대의 소송전에 휘말렸다. 메가스터디는 2019년 12월 유씨에게는 위약금과 손해배상금 등 492억원을, 이듬해 5월 ST유니타스 등을 상대로는 손해배상금 373억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최근 유씨가 전속계약 조건을 어겼으므로 메가스터디에 위약금과 손해배상금 등 40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씨가 메가스터디를 상대로 낸 맞불 소송에서는 메가스터디가 유씨에게 5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8개월간의 온라인 강의 강사료 1억9400만원, 교재료 5600만원, 인센티브 3억3000만원 등이 포함됐다.
최근 정부가 수능 ‘킬러 문항’ 출제를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연결시키면서 일타강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법원에서는 일타강사 이직을 둘러싼 수백억원대 규모의 법정 다툼이 수년째 이어지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일타강사와 업체들의 소송 규모가 사교육 시장의 기형적인 규모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예시”라고 말했다.
사교육 업계에서는 ‘소송에 휘말리면 손해배상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조건을 걸고라도 수입을 보장하는 유명 강사를 빼 오는 관행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스터디도 유씨를 데려간 ST유니타스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ST유니타스가 유씨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손해배상금을 대신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손실보전약정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메가스터디의 청구를 기각했다.
유명 수학강사 ‘삽자루’ 우형철씨도 스카이에듀를 상대로 이투스가 자신에게 청구한 손해배상금 등 약 86억원을 대신 지급해야 한다며 2020년 6월 소송을 제기했다. 우씨는 2015년 이투스에서 스카이에듀로 이적할 때 계약서에 손해배상금을 대신 내준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2019년 우씨가 이투스에 75억여원과 지연손해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우씨가 해당 조항이 무효라는 합의서를 써줬다는 이유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우씨 측은 “스타강사의 이적을 위한 이적회사의 위약금 대리배상은 학원업계의 관행이고, 우씨가 거액의 약정금을 아무 대가 없이 포기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 사람의 스타강사가 가지는 효과가 얼마나 엄청난지 이런 소송에서의 수치가 보여준다”며 “사교육과 공교육의 비대칭적 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지표”라고 말했다.
이런 ‘돈의 전쟁’에 박탈감을 느끼면서도 막대한 비용를 사교육에 지출하는 모순적 상황의 원인으로는 ‘불안감’이 꼽힌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타강사에게 수업을 들으면 원하는 대학에 갈 확률이 실제로 높아지기 때문에 결국 그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사교육 업체들이 곧 전쟁이 터질 것처럼 불안 마케팅을 펼치며 무기를 팔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사교육 시장 자체가 불안감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과도한 입시경쟁이 해소돼야 이런 과열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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