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문제 바꾸느라 욕할 틈도 없다"... 이 혼란 누가 책임지나
[김홍규 기자]
▲ 교육부는 학기 중간인 21일 NEIS(교육 행정 정보 시스템)를 전면 개편했다. 많은 문제가 발생했고, 다른 시험 답안지가 출력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교육부 보도자료 어디에도 사과는 없다. |
ⓒ 교육부 |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지난 21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전면 개편했다. 5일간 시스템을 중단시킨 다음이었다. '4세대 지능형 나이스'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NEIS를 '나이스'로 부른다. 무리하게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꿔 학교와 교사를 혼란에 빠뜨렸지만, 정작 교육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교육부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편 이유를 밝혔다. "2010년에 구축한 나이스의 노후 장비를 교체하면서 고교학점제, 교육과정 개편 등의 교육정책 변화를 반영했고, 태블릿·스마트폰 등 사용자의 이용환경 변화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시스템 개편 당일부터 각종 오류와 불편 민원이 쏟아졌다. 입력했던 권한이 사라지거나 접속이 지연되는 현상은 가벼운 수준이었다. 급기야 22일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 다른 학교 시험 답안지가 보인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교육부는 22일 연합뉴스와 JTBC 보도에 대해 "4세대 나이스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스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에서 "학교 현장에는 문항정보표를 변경하도록 긴급 안내"했다고 했다.
이건 예견된 참사다
하지만 지필평가 관련 업무 중단 안내와 시험지와 답안지(문항정보표) 수정 안내 교육청 공문은 23일 금요일 오후 늦게 학교에 도착했다.
교육청 공문이 요구한 조치 내용은 사실상 시험 문제를 다시 출제하는 수준이다. 다음 주 시험을 앞둔 학교와 교사들은 대혼란을 겪었다. "시험 문제를 바꾸느라 교육부나 교육청을 욕할 틈도 없다"라는 교사들의 넋두리가 지금 학교 현장의 혼돈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예견된 참사다. 교사들은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제일 큰 염려는 학교 운영이 한창 진행 중인 학기 중간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시험 기간이거나 시험 직전 시기인데, 성적 관련 오류가 발생하면 쉽게 해결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NEIS 개편을 단행했고,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23일 기자는 담당부서인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 교육정보시스템운영 팀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꾼 이유와 시스템 변경 후 오류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팀장은 "베타테스트 기간에 발생하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이 된 것은 할 말이 없다"라면서도 "(오류를)예상했으면 저희가 오픈을 이렇게 했겠나"라고 반문했다.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변경한 이유와 관련해선 "검정고시, 지방 공채, 초중등교원 공채, 대입 전형 처리 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라고 답했다.
혹시 시험 관련 등 학기 중간에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 관계자는 "(문제 제기)목소리는 있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 건 이렇게 처리하시면 된다', '일정 부분은 이관하기 전에 좀 우선적으로 완료를 해주시면 그런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가 밝힌 '베타 테스트 기간'은 시험 운영 기간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기간에 대부분 학교에서는 실질적인 검증을 할 수 없었다. 5월 말까지도 이관 범위와 학교에서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메뉴 일부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400쪽에 가까운 사용자 설명서는 학년 초 업무를 새로 배치할 때를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어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 23일 오후 늦게 시험 문제를 바꾸라는 강원도교육청 공문이 시행됐다. |
ⓒ 강원도교육청 |
더 큰 문제는 교육부와 도교육청 어디에서도 사과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원도교육청이 23일 오후에 학교에 보낸 '4세대 나이스 기능 오류로 인한 지필평가 시행 관련 업무 처리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각급 학교에서는 (...) 지필평가가 공정하고 신뢰롭게 시행되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문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만들었다. 그런데 '공정'과 '신뢰' 확보에 대한 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듯한 내용이다. 잘못한 이들의 사과와 반성이 우선인데,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4세대 지능형 나이스' 사태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문제를 해결하는 '비교육적 방식'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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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직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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