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출생 전 차량 출고…세제 감면은 ‘당연’ [생활 속 법률 이야기]

2023. 6. 24. 19: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다자녀 양육용 차량과 취득세

#슬하에 자녀가 두 명인 A씨 부부에게 셋째 자녀가 생겼다. 출산 예정일은 2021년 9월이었다. A씨 부부는 셋째 자녀가 태어나면 넓은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7인승 자동차를 알아봤다. 당시 차량 출고가 밀려 약 2개월 이상 소요될 예정이었다. A씨 부부는 출산 예정일 무렵에 차량을 인도받기 위해, 2021년 7월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차량 출고가 빨라져 출산을 약 한 달 앞둔 2021년 8월에 차량을 인도받아 등록하게 됐다. 셋째 아이는 예정대로 2021년 9월에 태어났다. A씨는 다자녀 양육을 이유로 자동차 취득세를 감면해달라고 신청했으나, 지자체장은 이를 거부했다. A씨는 조세심판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취득세를 감면해줘야 한다고 결정을 내렸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위험은 국가적,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률은 출산과 자녀 양육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다양한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18세 미만 자녀 3명을 키우는 사람이 자녀 양육 목적으로 취득하는 자동차 1대에 대해 취득세를 감면하는 조항도 그중 하나다. A씨가 구매한 7인승 자동차도 취득세 면제 대상이다.

문제는, A씨가 차량을 인도받아 등록할 당시, 아직 셋째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 과연 어떻게 판단하는 것이 타당할까.

먼저 법 문언을 살펴보자. 법조문에는 ‘8세 미만의 자녀 3명 이상을 양육하는 자’라고 기재돼 있다. A씨의 경우, 차량 취득·등록 당시인 8월에 셋째 아이는 ‘태아’로 부인의 배 속에 있었다. 태아는 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법률상 아직은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태아는 아직 ‘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에 기재된 글자 그대로만 읽으면, 두 자녀만 키우고 있었던 A씨는 취득세 감면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자녀 양육용 차량 목적 확실해 세제 혜택 받아

법 문언에 집착하지 말고 입법자의 의도 파악해야

그러나 생각해보자. A씨 부부가 본래 계획대로 셋째 자녀 출산 후 차량을 인도받아 등록했다면, 취득세를 면제해줬을 것이 분명하다. A씨는 단지 차량 출고가 빨라졌다는 우연한 사정으로 인해 한 달 더 일찍 차량을 인도받아 등록했을 뿐이다. 취득세를 면제해주지 않을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법의 취지를 살펴봐야 한다.

18세 미만 자녀 3명 이상을 키우는 사람에게 7인승 자동차 취득세를 면제해주는 이유는, 출산을 장려하고 다자녀 양육자가 자녀를 부양하는 것을 지원하려는 데 있다. A씨 부부는 이런 출산 장려 정책에 부합하게 세 자녀를 출산했다. 또 세 자녀를 태우고 다니기 위해 공간이 넓은 7인승 자동차를 구입했다. 다만 차량 출고일이 예정보다 빨라져 셋째 아이 출산일 한 달 전에 자동차를 인도받아 등록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출고된 차량을 받지 않고 다시 순번을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법의 취지와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하면, A씨를 취득세 면제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 입법자의 의도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법안을 발의했을 때, 입안자들은 아이를 낳은 다자녀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가는 것을 분명한 목표로 했을 테다.

A씨에게 취득세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조세심판원의 결정은, 단순한 법 문언에 매몰되지 않고 법률의 취지까지 종합해 합리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윤진규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4호 (2023.06.21~2023.06.2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