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엄마 보고 싶다는 네살 딸에 엄마욕 시킨 아빠

아동학대죄 처벌…벌금 800만원
"이혼 확정·양육비 지급 등 사정 참작"

네 살배기 어린 딸에게 가출한 엄마를 향해 욕설하도록 강요한 아빠가 아동학대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선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벌금 800만원을 선고했다. 또 A씨는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함께 받았다.

A씨는 2021년 12월 강원 춘천시 자신의 집에서 아내가 가출한 사실에 불만을 품고, 첫째 딸 B양(4)과 둘째 딸 C양(2) 등 두 딸에게 엄마를 향해 욕설하게 함으로써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자녀들이 욕설하는 모습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그는 또 B양이 동생 C양을 뒤에서 안고 누워있는 상황에서 두 딸의 엉덩이를 쳤으며, "똑바로 해"라고 말하면서 B양의 머리와 얼굴을 손으로 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이어 비슷한 시기에 B양이 "엄마가 보고 싶다"고 하자 A씨는 B양에게 또다시 엄마 욕을 하라고 시켰다.

송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피해 아동들의 아버지로서 이들을 보호하고 양육할 의무가 있는데도 피해 아동들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해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A씨와 피해 아동들의 친모 사이에 이혼이 확정됐으며 친모가 친권자와 양육자로 지정돼 A씨가 양육비를 약속대로 지급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