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컴퓨터기술이 늘리는 스타수명 [하재근의 이슈분석]

데스크 2023. 6. 24.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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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 존스’ 5탄의 해리슨 포드가 화제다. 이 영화에서 과거 인디애나 존스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는 1942년생으로 현재 80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40대 정도로 보이는데,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80년대 시절의 모습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 덕분이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활용되지 않던 시절엔 사람이 직접 얼굴을 보정했는데, 공이 많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결과물도 좋지 않았다. 억지 보정한 영상은 극의 리얼리티와 몰입도를 깼다.


반면에 요즘은 인공지능이 해당 배우의 모습을 머신러닝으로 학습해 젊었을 때의 얼굴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인디애나 존스’의 경우는 조지 루카스가 세운 특수효과 기업 ‘ILM’이 직접 만든 ‘페이스 파인더’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썼다. 이 기술을 활용해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도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등장한 바 있다.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에선 최민식이 과거 모습으로 등장했다. 여기선 우리 국내 업체인 씨제스걸리버스튜디오가 인공지능 그래픽 작업을 수행했다. 그래픽뿐 만 아니라 목소리도 젊게 변화시켰다고 한다.


최근 공개된 KB라이프 광고에선 70대인 윤여정과 비슷한 느낌의 젊은 여성이 등장한다. 그런 느낌의 젊은 모델을 용케 찾아서 캐스팅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래픽이었다. 디오비스튜디오가 활용한 인공지능이 윤여정의 생애를 학습, 20대의 모습을 구현한 것이었다.


이렇게 인공지능이 기존 스타들의 활동영역을 더 넓히고, 활동수명도 연장시켜주고 있다. 과거엔 나이를 먹으면 당연히 젊은 배역을 소화할 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제는 그래픽으로 젊게 만들어 배역을 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인지도가 높은 스타들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진 인공지능이 인간 스타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보도들이 잇따랐다. 사람은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분쟁도 잘 일으키는 반면, 인공지능이 만든 가상인간은 결점이 없다보니 업계에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대중의 반응도 뜨거웠다.


‘어찌된 일인지’라고 표현한 것은 그렇게 뜨겁게 반응할 만한 일이 아닌데 이상하게 반응이 컸기 때문이다. 많은 매체들이 가상인간이라고 하면서 무슨 대단한 존재가 새로 나타난 것처럼 알렸지만 사실은 만화영화 캐릭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인공지능과 가상인간을 한 묶음으로 묶어서 많이 소개했지만 그 가상인간에겐 지능이 없었다. 그냥 제작진이 해당 캐릭터를 그래픽으로 만들어 미디어에 뿌렸을 뿐이다. 그런 캐릭터는 과거에도 있었는데 갑자기 가상인간이 등장했다면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요즘엔 그 바람이 잠잠해졌다는 보도가 나온다. 인공지능 가상인간이 여기저기서 떠들썩하게 조명되자 호기심을 가졌던 사람들이 이내 식상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인공지능 운운했던 것 자체가 과대광고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실망은 예정된 수순이다.


기존 캐릭터와 진짜로 다른 가상의 인간이라고 하려면 독자적 주체성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이상 살아있는 사람을 대체할 순 없다.


결국 기존 연예인들을 위협한다던 인공지능 기술은 거꾸로 기존 스타들의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독자적 주체성을 가진 인공지능 스타는 만들지 못하지만, 인공지능 그래픽이나 목소리 기술로 나이를 거슬러 연기하는 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인디애나 존스’ 5탄의 주인공이 젊은 배우로 대체되거나 아예 시리즈가 새로 시작됐을 텐데 해리슨 포드가 계속 주역을 맡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가상인간의 인기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원래부터 각종 캐릭터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최근 더 늘어나는 추세다. 심지어 어떤 캐릭터와 결혼하겠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이런 취향의 사람들은 이른바 가상인간이라는 이름으로 출시되는 매력적인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다.


당분간 이렇게 인공지능이 그래픽 기술 정도로 활용되다 앞으로 언젠가 독자적 주체성을 갖게 되면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다만 그때가 되더라도 인간의 스타성이 인공지능에게 완전히 밀려나진 않을 것이다. 업계에선 인간이 결점 많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대체할 존재를 찾는다지만, 바로 그런 불안정성 속에서 살아있는 인간만의 매력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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