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물 먹고 폭포수 대결도…천장 상투 맨 '천재 소리꾼'의 득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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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제 시조 ‘염계달’ 가섭사서 득음
조선 후기 ‘천재 소리꾼’으로 알려진 염계달(1800년대 초중반 활동 추정) 명창이 득음한 충북 음성 가섭사가 주목받고 있다.
가섭사는 조계종 5교구 본사인 법주사 말사다. 음성읍에서 약 4㎞ 떨어진 가섭산(해발 709m) 기슭에 있다. 기암절벽을 등지고 가파른 경사에 자리한 가섭사 삼성각에 서면 음성읍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이 절은 염계달 명창이 10년 동안 독공(獨功)한 곳이다. 독공은 판소리 가객이 득음(得音)하기 위해 토굴이나 폭포 앞에서 발성 훈련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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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 밑 12㎡ 공터, 소리 연습 장소 추정
국악 학자인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은 “조선창극사에 나온 벽절은 음성 가섭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염계달은 독공 기간과 장소가 뚜렷하게 명시된 거의 유일한 명창”이라며 “방만춘 등 다른 명창은 독공 기간이 ‘다년간’이라고 불분명하게 표기되거나, 지명이 뚜렷하지 않은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천재라 불렸던 염 명창의 독공 수행은 어땠을까. 상인 스님은 “염 명창 사후인 구한말 가섭사 옛 사진을 보면 사찰 옆 큰 나무 밑에 작은 초가가 보인다”며 “초가에서 홀로 소리 연습을 한 염계달을 보고, 한 여인이 옷과 노자를 줘서 충주로 넘어가 명성을 떨쳤다는 설이 주덕읍 조씨 집성촌에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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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니 들어가기, 소나무 붙들기…명창의 독특한 수련법
기록에 따르면 염계달은 상투에 끈을 달아서 천장에 매단 뒤 잠을 떨치며 소리 공부를 했다. 독공은 소리꾼이 득음 경지에 오르기 위한 과정이다. 가마니에 스스로 들어가 땀이 흠뻑 젖을 때까지 소리를 지르거나, 폭포수와 대결해 목소리가 뚫고 나가는 연습 등이 알려져 있다. 수행 기간 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으면 똥물을 희석해 마시는 방법을 쓴 것으로 전해진다.
노 관장은 “명창이 수련했던 방법은 대개 나무를 붙들고 소리를 지르거나, 소나무에 연결한 끈을 허리에 묶어 뱃심을 기른 것으로 안다”며 “타고난 소리 천재였던 염계달이 10년씩이나 절에 갇혀 독공을 한 것으로 미뤄, 당대 명창 반열에 오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가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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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섭사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염계달 창법 시연
가섭사는 24일 염계달 명창을 기리는 음성 국제 판소리 축제를 개최한다. 인간문화재 김수연 명창과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이수자인 전인삼(전남대 국악과 교수)·채수정(세계판소리협회 이사장) 명창 등이 염계달이 창안한 창법으로 소리를 들려준다.
카메룬 출신 프랑스 국적 소리꾼인 마포 로르가 흥보가 중 ‘박타는 대목’을 열창한다. 그는 2018년 엘리제궁 한·불 대통령 만찬장에서 공연했다. 아르메니아 출신인 헤본디얀 크리스티나(전남대 국문과 박사과정)는 춘향가 중 ‘어사, 장모 상봉’편을 열창할 예정이다.
축제 추진단장인 상인 스님은 “판소리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 20년을 기념해 판소리 시조나 다름없는 염계달 명창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 의미가 깊다”며 “이번 행사가 음성을 세계적인 판소리 고장으로 만드는 데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음성=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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