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정상부에 골프장 추진… 축구장 29개 소나무 잘렸다
지난 3월 22일 오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중턱. 7년 전 인근 사포마을로 귀촌한 전경숙(60·여)씨는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 지리산 자락을 빽빽이 채우고 있던 소나무숲이 흔적조차 사라져서다.
전씨는 “우연히 산에 올랐는데 숲속에 있던 아름드리 소나무가 전부 베어져 있었다”며 “구례군에 확인해보니 일대 21만㎡(약 6만3500평)의 소나무 벌채가 허가된 상태였다”고 했다.
주민들 “환경훼손·산사태 우려 커”
전씨는 “마을 위쪽에 골프장이 생기면 잔디용 농약 유출 등으로 농사를 짓지 못할 것”이라며 “지리산국립공원과 170m 거리인 산 정상부에 골프장을 짓겠다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축구장 29개 면적 소나무 ‘수확 벌채’
주민들은 산 주인이 시행사 이사라는 점을 들어 “골프장 허가를 쉽게 받기 위해 벌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2004년에도 골프장 예정 부지에 포함됐다가 개발이 무산됐다.
주민들 “농약 등 환경오염·산사태 우려”
이들은 “나무를 벌채한 곳은 마을 바로 윗부분 산자락인 데다 지리산국립공원과 맞물린 곳”이라며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의 생태계 보전가치나 산사태 위험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 없이 허가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3년 전 곡성 산사태 같은 사고 안된다”
곡성 산사태는 2020년 8월 7일 폭우 때 구례와 인접한 곡성군 오산면 마을 뒷산이 무너져 주민 5명이 숨지고 주택 5채가 매몰된 사고다.
구례군 “경사 완만하고 지반 안정적”
구례군 관계자는 “벌채 허가지역 외 무단 벌목 여부를 조사하고 수확 후 추가 조림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산 주인 4명은 벌채 허가를 받으면서 소나무 벌채 후 편백나무로 바꿔 심겠다는 조림 계획서를 제출했다.
환경단체 “특혜·유착 의혹 감사해달라”
“골프장은 필수 사업”…구례군 3월 조성 협약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리산온천 관광지는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됐지만 문을 닫는 상가가 늘고 있어 많은 군민이 골프장 사업을 촉구하고 있다”며 “벌채 허가와 골프장은 별개 업무이며, 환경영향평가 등 행정 처리 절차를 준수하겠다”고 말했다.
구례=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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