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강국이 곧 문화강국”…9월 첫째 토요일 ‘지도의 날’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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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 포함, 세계지도 최초 제작일 기념
620년 전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 대륙을 포함한 세계지도가 제작된 날을 기념한 ‘지도의 날’ 제정이 추진된다.
지도의 날 제정 추진위원회는 23일 강원대 6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한 ‘2023 대한지리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지도의 날 제정 선포식을 했다. 추진위는 양보경 전 성신여대 총장과 김현명 전 이라크대사가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대한지리학회를 중심으로 지도학회, 고지도연구학회, 문화·미술계 등 인사 1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매년 9월 첫째 토요일을 지도의 날로 선포하고, 국가 지정 법정 기념일 격상을 추진한다.
지도의 날 제정 추진위는 지난 2월 출범했다. 과거 지리학회 내부에서 지도의 날 제정 논의가 있었지만, 좀처럼 뜻이 모아지지 않았다. 추진위는 지난해 11월 김선홍 전 주칭다오 총영사가 쓴 『1402 강리도(아프리카를 최초로 그린 세계지도의 탄생)』가 출간되면서 출범에 탄력을 받았다고 한다. 이 책은 조선 태종 2년(1402년)에 제작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一疆理歷代國都之圖·이하 강리도)’를 연구한 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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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의 날 제정 추진위, 국가 기념일 격상 추진
강리도는 세계 최초로 아프리카를 포함한 구대륙 전체를 그린 세계지도다. 유럽 대항해시대 바스쿠 다가마가 아프리카 남단을 돌아 인도로 가는 직항로를 개척한 1498년보다 무려 96년 앞서 제작됐다. 이로 미뤄볼 때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중동지역, 중국과 몽골, 우리나라를 거치는 유라시아 대륙의 지도 제작·항해 기술이 강리도에 집약한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양보경 전 총장은 “우리 선조는 지도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아 세계 최고 수준의 지도를 제작했음에도, 우리는 그동안 국가에서 지정한 기념일도 없이 사실상 일부 학자 전유물이었다”며 “한국인이 쓴 최초의 강리도 연구서적 출간을 계기로 지도의 날 제정이 공론화 됐다”고 말했다.
지도의 날을 9월 첫째 토요일로 정한 이유는 강리도 제작 시기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 고지도는 대부분 제작 연월이 없다고 한다. 강리도는 당대 최고 학자였던 양촌 권근 선생이 발문을 쓰고, 지도 제작일을 1402년 8월(음력)로 적었다. 양 전 총장은 “권근 선생 관련 문헌에 강리도를 8월 상순에 만들었는 기록이 있고, 이를 양력으로 환산하면 달을 넘어 9월초가 된다. 그래서 9월 첫째주 토요일로 지도의 날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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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진위 “지도가 갖는 가치 국민에게 알릴 것”
이날 선포식 앞서 추진위는 지도의 날 제정 당위성을 설명하는 주제발표와 종합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공동 발표문에서 “지도 해독 역량과 지리적 소양은 우리를 한층 더 높은 수준의 세계시민, 문화선진국으로 이끌 것”이라며 “지도의 날은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지도가 갖는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지도의 다양한 지리 정보에 내재된 세상을 살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지도의 날이 국가 기념일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 촉구하고, 학회 주관으로 지도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사업도 만들 계획이다.
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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