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고 '발표의 공포'가 설렘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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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로서 입으로 먹고 산 지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공적인 말하기가 낯설고 어려울 때가 많다.
한 교사는 직원회의 때 겨우 20초 분량의 발표를 하는데도 자신이 할 말을 종이에 적어 와서 마치 초등학생이 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읽고선 앉곤 한다.
개별적인 자리에서는 또렷한 발성으로 할 것이며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나 보고할 때는 자신의 톤보다 살짝 높게 말을 시작해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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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균호 기자]
▲ 책 <말을 잘한다는 것> 표지 |
ⓒ 세종 |
그럴 때면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을 해버렸고 꼭 해야만 했던 말을 하지 못한다. 결국 자책감으로 집에 들어와 이불을 차곤 한다. 동료 교사를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 교사는 직원회의 때 겨우 20초 분량의 발표를 하는데도 자신이 할 말을 종이에 적어 와서 마치 초등학생이 책을 읽듯이 또박또박 읽고선 앉곤 한다.
그렇다. 많은 직장인은 회의 자리에서 <SNL 코리아> 속 주현영 배우가 연기한 인턴 기자의 말투로 발표한다. 현직 아나운서이자 7년째 말하기 강연을 이어오고 있는 대한민국 최고 말하기 전문가인 정연주 작가의 <말을 잘한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발표 울렁증 환자, 즉 '주 기자'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여러모로 신선하고 유용하며 독특한 내용이 많은 책이다. 우선 많은 이에게 위안을 주는 것이 세상에 나쁜 목소리는 없다는 저자의 말이다. 나만 해도 내 목소리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데다 너무 가늘어서 사람들이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는 선입견을 지금까지 달고 살아왔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본인이 느끼는 자기 목소리의 단점을 청중이 느낀다고 해도 그건 청중이 본인의 목소리에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몇 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청중은 타인의 목소리 종류에 관심이 없으며 대신 어떤 내용을 어떻게 말하는지에 대부분의 관심을 쏟는다고 한다.
공적 대화에 앞서 최소한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되겠다. 자주 보아야 예쁜 것이 많은 것처럼 소리를 내서 책을 읽는 방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에게 자주 들려준다면 지금까지 모르고 지냈던 목소리의 장점을 알아내고 활용할 수 있다는 구절도 인상 깊었다.
골퍼가 14개의 채를 가지고 다니면서 상황에 따라서 채를 고르듯이 공적 발언 또한 참가자의 수, 지위, 성향, 온라인 오프라인 여부에 따라서 표정과 발성 그리고 목소리 크기를 다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팁도 매우 유용했다. 개별적인 자리에서는 또렷한 발성으로 할 것이며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나 보고할 때는 자신의 톤보다 살짝 높게 말을 시작해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발성을 오프라인에서는 자신의 말소리가 공간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도록 성량에 주의를 해야 한다.
평생 빚에 시달린 도스토예프스키가 돈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신문 애독자가 되어 '흥미로운 사실 수집가'가 된 것처럼 정연주 아나운서 또한 좀 더 말을 잘하기 위해서 열렬한 신문 애독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인상 깊은 기사를 필사했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다. 정연주 아나운서에 따르면 논리의 흐름이 좋은 글을 필사하다 보면 공적인 말하기 실력이 자신도 모르게 향상된다고 한다.
정연주 아나운서가 <말을 잘한다는 것>을 통해서 제시하는 말하기 기술에 관한 이론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는 것은 내게는 버거운 과제다. 지나치게 글은 길어지고 내 손가락에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꼭 하고 싶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내 강연에 참석할 신청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공포가 <말을 잘한다는 것>을 읽고 난 순간부터 '설렘'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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