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말살시킨 '큰바다사자'…100년만에 가거도서 포착됐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남획으로 국내 서남해 근해에서는 볼 수 없었던 큰바다사자가 전남 신안 가거도에 100년 만에 나타났다.
23일 가거도 주민과 신안군 등에 따르면 개체 수 감소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큰바다사자가 지난 22일 오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에서 포착됐다.
큰바다사자가 영해기점인 녹섬 갯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당시 해상을 지나던 선장이 목격한 것이다.
고경남 신안군 세계유산과장은 "큰바다사자는 1920년대 신안 가거도 부속섬 구굴도, 개린도에서 120여개체가 서식했지만 일제 강점기 일본이 남획하면서 사라졌다"며 "가거도에서는 무려 100년만에 관찰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큰바다사자는 시베리아 연안, 캄차카반도, 베링해 등 북부 태평양 바다에서 서식하는 바다사자의 일종으로 수컷의 무게는 1톤(t)이 넘는다.
수심 110∼130m까지 잠수하며, 수중에서는 시속 25∼30㎞ 헤엄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명태, 꽁치 등 어류와 새우, 조개, 소라 등이 주 먹이원이다.
현재 국내에 큰바다사자 집단 서식지는 없다. 동해안과 울릉도, 독도 주변 해역, 제주도 등지에서 아주 드물게 관찰되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돼 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국토 최서남단 가거도 해역은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어족자원이 풍부한 청정지역"이라며 "큰바다사자의 서식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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