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기름 없어 농작물 폐기" 세계최대 산유국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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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인 남미 베네수엘라가 '자동차 연료'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지만, 지난 수십년간 석유 시추 및 생산량은 계속해서 감소해 왔다.
특히 1976년 설립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2009년 매출액 기준 세계 27위 기업에 등극할 만큼 성공적이었지만, 대규모 부정부패 의혹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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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들 "썩어가고 있어서 그냥 버린다"
석유 매장량 세계 1위 국가인 남미 베네수엘라가 '자동차 연료'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농민들은 화물차에 넣을 연료를 구하지 못해 애써 가꾼 작물을 폐기하기까지 했다.
베네수엘라 시민사회단체 '에스파시오 푸블리코'는 22일(현지시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홈페이지에 논평을 내고 "휘발유 부족에 항의하는 농부 2명이 최근 잇따라 체포됐다가 풀려났다"라고 밝혔다.
이 단체와 베네수엘라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9일 서부 메리다주 푸에블로야노에서 한 농부가 당근을 무단으로 폐기했다가 공정 가격법 위반 혐의로 붙잡혔다.
당시 그는 당국에 "화물차에 넣을 기름이 부족해 당근을 유통업자에게 보내지 못했다"라며 "그냥 썩어나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농부도 화물차에 넣을 휘발유를 구하지 못해 애써 가꾼 토마토를 강물에 대량으로 던져넣었다가 발각됐고, 경찰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났다.
베네수엘라 당국은 유통업체의 마진을 제한하기 위한 공정 가격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생필품 및 식자재의 판매 가격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으며, 이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무단으로 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농부가 토마토를 강에 쏟아붓는 모습은 영상으로 촬영돼 현지 SNS에서 퍼지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의견은 팽팽히 엇갈렸다. "소중한 식품을 없애버리는 사람은 처벌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정부가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약자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논란이 커진 가운데 타레크 윌리엄 사브 법무부 장관은 트위터에 두 농부의 얼굴 사진 및 신원 정보를 공개하며 "공정 가격법을 위반한 자들은 재판에 넘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휘발유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원유 매장량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지만, 지난 수십년간 석유 시추 및 생산량은 계속해서 감소해 왔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실패, 국유 자원 기업의 경영난 등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1976년 설립된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회사 'PDVSA'는 2009년 매출액 기준 세계 27위 기업에 등극할 만큼 성공적이었지만, 대규모 부정부패 의혹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받았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또한 정제 설비의 첨단화에 제때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일일 300만배럴에 달했던 석유 생산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베네수엘라 시민단체들은 "3년 전인 2020년에도 연료난 사태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라며 "체포, 검열 패턴을 반복했던 당시와 (마두로 정권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규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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