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14번, 수학 22번?…6월 모평 '킬러문항'은
[한국경제TV 조시형 기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다음 주 사교육 대책 발표 때 지난 6월 모의평가와 3년 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출제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분석해 공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육계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교육부 대입 국장을 경질하고 출제기관 감사의 빌미로 언급한 6월 모의평가 문제가 재차 관심을 끈다.
입시업계에서는 정답률이 예년보다 뚝 떨어지거나 풀이가 복잡한 문항은 보이지 않았다는 평이 우세한 가운데 교육부가 어떤 문항을 문제 삼을지 주목된다.
23일 EBS 인터넷 강의 사이트인 EBSi에서 수험생 9만1천여명이 6월 모의평가를 가채점한 결과에 따르면 국어 영역에서는 14번 정답률이 36.4%로 가장 낮았다.
14번은 인지 과정이 몸 바깥으로 확장된다고 주장하는 로랜즈의 확장 인지 이론을 다룬 지문과 주체와 대상이 지각을 통해 확정된다는 취지의 지문을 각각 읽고, 1∼5번 선택지 설명이 적절한지 추론하는 문제였다.
두 번째로 정답률이 낮은 문제는 33번으로 36.8%만이 답을 맞혔다.
보기의 설명대로 조지훈의 '맹세'와 오규원의 '봄'이라는 시를 감상한 내용을 고르라는 3점짜리 질문이었다.
그다음은 '화학 반응과 촉매'를 설명하는 과학 지문을 보고 촉매 활성을 높이는 방법을 추론하는 9번 문항으로, 정답률이 40.2%였다.
언뜻 쉽지 않아 보이는 문제지만 체감 난도는 그렇게 낮지 않았다는 것이 입시업계의 분석이다.
비문학인 14번의 경우 평소 접하기 힘든 철학 관련 내용인 데다 지문의 길이가 길고 추론까지 해야 해 윤석열 대통령이 지적한 '킬러 문항'에 가장 부합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EBS 수능 특강 교재에 나온 지문이 활용됐다.
33번에 나온 조지훈의 '맹세'와 9번 과학 지문 역시 EBS 교재와 연계 출제됐다.
정답률 자체도 예년과 비교해 낮지 않아 '킬러 문항'으로 보기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영역의 킬러 문항은 어려울 경우 정답률이 10%대가 되는데, 이번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학에서는 공통과목의 마지막 주관식 문제인 22번의 정답률이 2.9%로 가장 낮았다.
수학Ⅱ 미분을 활용해 삼차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파악하고, 두 점을 지나는 직선의 기울기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문항이었다.
공통과목 주관식 21번 역시 정답률이 10%로 두 번째로 낮았다.
수학Ⅰ 지수함수와 로그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파악하고 그래프 평행 이동을 활용해 명제의 참·거짓을 판별하는 문항이었다.
보통 참·거짓을 판별하는 문항은 오지선다형으로 나왔지만, 이번에는 명제의 참·거짓에 따라 값을 주고 그 값을 더하는 낯선 형태여서 수험생들이 당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2번 문항의 경우 예년의 고난도 문항에 비해 계산량이 적고 조건을 파악하기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21번도 기존에 출제된 형태를 살짝 변형한 것일 뿐 교수나 전문가도 풀기 힘든 '배배 꼰' 문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수학의 경우 주관식 문항도 있어 킬러 문항의 경우 정답률이 1%대가 나오지만, 이번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교육계는 교육부가 사교육 대책을 발표할 26일 어떤 문제를 6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으로 지목할지 주목하고 있다.
공개되더라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서 교육부는 6월 모의평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밖 출제 배제'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입 담당 국장을 경질하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이규민 평가원장은 지난 19일 6월 모의평가와 관련해 기관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임했다.
6월 모의평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28일 성적표를 받는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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