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수능’ 수험생 혼란… 킬러문항 제외 변별력 방안 나오나

이도경 2023. 6. 23.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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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6일 출제 가이드라인 제시
킬러문항 공개만으론 불안 못달래
발표 모호땐 되레 사교육비 불지펴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최상위권 수험생을 위한 ‘킬러문항’ 분석 수업 광고가 걸려 있다. 교육부는 이날부터 2주 동안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 센터’를 운영하며 허위 과장광고나 불법 사교육 행위를 집중 단속한다. 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뺀 공정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문하면서 촉발된 수능 변별력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는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수험생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입시 현장에서는 여전히 혼란과 불안감이 가득하다. 교육부가 오는 26일 발표를 예고한 ‘공정 수능’ 방안이 이번 논란의 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22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수험생의 불안감 해소 여부는 결국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새로 제시할 ‘출제 허용 범위’가 주요 변수다. 수험생들이 5개월가량 남은 수능까지 준비해야 할 것들과 겹치기 때문이다. 가이드라인이 상세하고 명료하게 제시된다면 현재의 혼란이 상당 부분 수습될 수 있을 전망이다. 총론적 가이드라인은 이미 윤 대통령이 ‘공교육 교육과정 내 출제’라고 못 박았다. 모든 학생이 공평하게 접근 가능한 공교육의 교육과정 내에서 문제가 나와야 공정 수능이란 것이다.

하지만 수험생으로선 의문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 지시 전에도 이미 교육부와 출제 당국은 교육과정을 벗어난 수능 문항 출제는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2019학년도 수능부터는 모든 문항에 대해 어떤 교육과정에서 나왔는지 공표하고 있다. 매년 수능 당일 출제위원장이 “교육과정을 충실히 공부했으면 풀 수 있게 냈다”고 설명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간 교수 중심의 출제진과 고교 교사 중심의 검토진이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문항이 없는지 점검하는 과정도 있었다. 그러다 윤 대통령의 지시를 기점으로 ‘공교육 내 출제’가 마치 새로운 출제 방향인 듯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와 평가원이 수험생들에게 설명해온 교육과정과 출제 범위가 윤 대통령 지시 전후로 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하나는 수능의 성격에 대한 시각차다. 수능은 암기력이 중요한 학력고사와 다르다.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언어와 수리 역량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발됐다. 가령 국어는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해 충분한 언어 해득력을 갖췄으면 처음 접한 글이라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문항에 공교육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전문적 개념이 나오면 각주로 설명한다. 이런 설명을 해석해 문항을 푸는 것도 언어 능력이라고 본다. 즉 공교육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역량’이 시험 범위여서 수능의 시험 범위 자체가 다소 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다.

출제 당국이 EBS 수능 교재를 수능에 ‘간접 연계’(EBS 교재의 지문과 주제 요지가 비슷한 지문을 다른 책에서 발췌해 출제)하는 이유도 EBS 지문을 달달 외워 풀 수 있도록 내는 ‘직접 연계’는 수능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었다.

결국 수험생 입장에선 이번 수능 논란으로 그간 공부의 토대가 흔들리게 된 셈이다. 교육부가 26일 발표하는 변별력 확보 방안에 명확한 출제 기준 제시를 요구하는 이유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지난 3년간의 수능 문제들, 그리고 지난 6월 모의평가 문항 중 어떤 것이 킬러문항인지 가려내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의 킬러문항 공개만으로는 수험생 불안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과목별로 킬러문항들이 교육과정 내 출제 원칙을 어떻게 훼손했는지, 킬러문항이 아닌 상위권의 변별력을 확보하는 문항은 어떤 형식일지 구체적 예시 문항을 통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능 대책과 함께 사교육 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대입에서는 수험 전략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도록 설계된 현행 대입제도 개선 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예컨대 9월 모의평가 결과가 나오기 전 수시 원서접수를 마치고, 수능 성적표가 나오기 전 대학별 고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컨설팅에 의존하고 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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