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선진국 비결은 '긴호흡 투자'… 英, 5년이상 수익률만 따져
장기운용 중시하는 제도 필요
내달 디폴트옵션 본격시행 주목
2%대 수익률 높일 절호 기회
獨노인 80% "연금으로 생활"
한국선 22%에 그쳐 갈길 멀어
◆ 자본시장 대토론회 ◆
연 2%에 머물고 있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식형 펀드 등 실적 배당형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예·적금에 방치해놨던 지금과 같은 투자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다.
2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KRX 마켓스퀘어에서 열린 '2023 매경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토론회'에서 '월급 없는 40년, 3층 연금으로 대비하라'라는 주제로 발표한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최소한의 노후 생활비를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으로 확보한 국민이 많은 나라가 바로 선진국"이라며 "독일은 노후 주요 수입원을 연금이라고 답한 비중이 80% 이상인 반면, 한국은 22%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퇴직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물가 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익률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미국은 한국의 개인형퇴직연금(IRP)과 유사한 IRA 계좌를 활용해 세제 혜택을 받으며 은퇴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해당 계좌에서 주식형 펀드 등 실적 배당형 상품에 장기 투자해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의 연금을 쌓고 은퇴한 이른바 '연금 백만장자'도 크게 늘고 있다. 강 대표는 "미국의 대형 운용사 중 한곳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고객 중 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고객은 DC형(확정기여형)과 IRA 계좌를 합쳐 75만명이 넘는다"며 "피델리티의 퇴직연금시장 점유율이 약 20%임을 감안하면 100만달러 이상의 퇴직연금 계좌를 보유한 이들이 37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미국에서는 어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는지 정확히 따져보고 입사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며 "반면 한국에서는 회사가 어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했는지 확인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2005년 도입해 어느덧 18년이 된 국내 퇴직연금시장은 여전히 정체 상태다. 그 결과 현재 330조원에서 2030년 1000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퇴직연금시장의 연평균 수익률은 최근 10년 기준 2.7%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퇴직연금이 최근 10년간 연수익률 8%를 웃돌면서 노후 대비를 위한 재원으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강 대표는 "미국에서 DC형 연금자산의 70%가량을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하고 있고 채권형 펀드를 포함하면 80%에 이른다"며 "반면 2021년 기준 한국의 DC형 계좌의 펀드 투자 비중은 16.8%에 그치고 있고 주식형 펀드 비율은 10%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도 DC형 계좌의 펀드 투자 비중이 지난해 3월 말 기준 55%에 이른다.
다음달부터 의무화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으로 퇴직연금 규모나 수익률 면에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특히 장기 수익률 향상에 디폴트옵션이 기여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유정화 삼성증권 연금본부장은 "최근 3년간 DC형과 IRP의 업권별 성장률을 보면 은행 17%, 보험 8%였던 반면, 증권은 34%에 육박했다"며 "이는 연금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닌 적극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투자자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진 한화자산운용 채널연금마케팅본부장은 "실적 배당형 상품 투자를 유도해 결국 장기적으로 운용 성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본시장 대토론회에서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 손질이 이뤄지고 가입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디폴트옵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호주는 2년 미만 수익률을 공시하지 않고 있고 영국에서도 5년 이하 수익률은 공시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은 단기 수익률 위주로 공시하고 있어 정책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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