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틀어쥔 엔비디아 칩… 中 암시장서 2배 값에 거래”
미국이 대중국 수출을 금지한 고성능 칩이 중국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군사용 활용 등을 우려해 미 정부가 제재한 엔비디아(NVIDIA)사의 인공지능(AI) 기술용 고성능 칩이 암암리에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선전시의 최대 전자 상가 밀집 지역인 화창베이(華强北)에서 엔비디아의 첨단 칩인 ‘A100’과 ‘H100’이 암거래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A100과 H100은 엔비디아사의 최신 플래그십 칩으로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위한 데이터 센터 성능 확보에 핵심적인 장비다.
미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9월 중국이 군 현대화에 필요한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중국 기술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칩을 구입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화창베이 지구 내 SEG 플라자 건물 내 업체들은 익명을 전제로 두 칩을 소량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가격은 A100 칩의 경우 현재 정상 판매의 2배인 2만 달러(약 2600만원)를 요구했다.
미국 칩을 사거나 파는 것이 중국에서 불법이 아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미국이나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지 않으려는 공급업체들로 인해 이미 지하 시장이 형성된 셈이다.
로이터는 중국 본토와 홍콩에 있는 10개 공급업체에 접촉한 결과 소량의 A100은 쉽게 조달할 수 있으며 이같은 거래는 미국의 제재를 비켜 갈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 업체들은 엔비디아가 미국 대기업에 대량 배송하고 남은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구입하거나 인도, 대만, 싱가포르 등지의 현지 법인들을 통해 수입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 측은 미 정부 수출 규정에 맞춰 A100의 성능을 낮춘 A800을 별도 제작해 중국에 공급해 왔으며 지난 3월 중국 수출용 ‘H800’을 별도로 출시했다. H800이 알리바바 그룹과 바이두, 텐센트 같은 중국 기술기업의 클라우드 컴퓨팅에 사용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양요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A800, H800을 포함한 구형 칩 3~4개를 결합해 엔비디아의 최첨단 반도체의 성능을 낼 수 있는지 시뮬레이션 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대규모 언어모델을 교육하는 데 100개의 H100 칩이 필요하다면 중국 기업은 같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3000개 이상의 H800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중국에서 기업들이 최첨단 엔비디아 칩 구매에 나서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한 고가 거래와 암시장이 형성된다는 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중국에 압박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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