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보다 30분 지각했지만… 美, 인도 총리에 초특급 환대

김형구, 임선영 2023. 6. 2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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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오른족) 미국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왼쪽) 여사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환영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 도착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다음날 워싱턴 DC로 이동해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환영 만찬에 참석하는 등 본격적인 방미 일정을 시작했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외국 정상의 국빈 방문을 맞은 건 지난해 12월 엠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모디 총리가 세 번째다. 인도 총리의 국빈 방미로는 15년 만이다.

국빈 방문에는 격식에 맞는 최고 수준의 예우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모디 총리에 대한 미국의 환대는 유독 특급 수준이라는 외신의 평가가 나온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의 대대적인 환영 분위기를 두고 “워싱턴이 인도 총리를 위해 레드 카펫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21일 오후 7시 36분쯤 모디 총리를 태운 차량이 백악관에 도착하자 환한 얼굴로 그를 맞이했다. 이들은 약 1분간 가벼운 대화를 나눈 뒤 기념사진을 찍었다.


환영 만찬 메뉴 파스타ㆍ아이스크림


크리스테타 코머포드 미국 백악관 수석셰프가 2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국빈 만찬을 하루 앞둔 21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서 국빈 만찬 메뉴 중 하나를 선보이며 요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비공개 만찬에서는 파스타와 아이스크림 등 바이든 대통령이 좋아하는 음식이 마련됐으며 이 자리에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아짓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이 함께했다고 한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모디 총리에게 줄 선물로 20세기 초에 제작된 수공예 책갈피, 빈티지 카메라, 야생동물 사진첩,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집』 초판본 등을 준비했다.

빅테크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모디 총리를 만났거나 만나기 위해 줄 섰다.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20일 모디 총리를 만난 뒤 “총리와의 만남은 환상적이었고 나는 그를 아주 좋아한다. 나는 모디의 팬”이라고 말했다. 팀 쿡 애플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등은 22일 모디 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모디 총리는 22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 및 공동 기자회견,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에 이어 국빈 방미의 하이라이트인 국빈 만찬 일정에 참석할 계획이다. 모디 총리는 2016년 방미 때도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한 적이 있다.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을 두 번 이상 소화한 외국 정상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때문에 외신에선 “미국이 모디에게 처칠ㆍ만델라급 초특급 예우를 한다”는 평이 나왔다.


모디 ‘30분 지각’에 만찬 일정도 순연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있는 국립과학재단을 방문해 먼저 와 있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모디 총리의 21일 워싱턴 DC 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그는 질 바이든 여사와 국립과학재단을 방문하기로 돼 있었지만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쯤 늦게 도착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모디 총리는 바이든 여사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모디 총리의 지각으로 이후 환영 만찬 일정도 순차적으로 늦어졌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당초 이날 오후 6시 50분 모디 총리를 백악관에서 영접한 뒤 오후 7시 15분 비공개 만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디 총리의 백악관 도착 시간은 예정보다 46분 늦은 오후 7시 36분이었다.

모디 총리는 자국 내에선 ‘힌두 민족주의’ 정책으로 소수종교와 야당ㆍ언론 반체제 인사를 탄압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이던 2005년에는 회교도 폭동을 과격 진압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내는 등 인권 문제로 미국 비자 발급이 거절된 적이 있다. 모디 총리를 비판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영국 BBC 인도 사무소는 지난 2월 고강도 세무조사를 받았고 인도 당국은 해당 다큐의 상영을 시도하던 대학생들을 가둬 논란이 됐다.

그런 모디 총리에게 바이든 행정부가 레드 카펫을 깔아준 배경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미국은 인도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확장에 맞서기 위한 핵심 협력국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인구와 시장 규모에서 중국을 대체할 사실상 유일한 나라인 인도의 달라진 위상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과 인도는 모디 총리의 이번 방미 기간 첨단기술 부문과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부문에서 양국 협력 확대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주의 후퇴’ 모디 환대에 비판론도


민주주의를 권위주의보다 우월하다고 확신하며 ‘민주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위축 논란을 낳은 모디 총리를 국빈으로 초청해 대대적으로 환대하자 일각에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 등 민주당 소속 상ㆍ하원 의원 70여명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정치 공간 축소, 종교적 무관용, 시민단체와 언론인 공격 등 인도 민주주의 후퇴 사례를 열거하며 모디 총리가 자신의 폐쇄적 정책에 대한 국제적 압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P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 모디 총리의 이번 방문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와의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약속을 보여주는 동시에 민주주의와 독재의 전 세계적 싸움에서 바이든의 중추적 위상을 위험에 처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경내에서 열린 ‘국제 요가의 날’ 기념행사에서 집단 요가에 참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편 모디 총리는 전날 뉴욕 유엔본부 잔디밭에서 ‘세계 요가의 날’을 기념해 진행된 집단 요가에 동참했다. 이 자리에서 모디 총리는 “우리 모두를 뭉치게 한 것은 바로 요가”라며 “요가는 통합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임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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