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보 하루천자]걷기 만한 운동 없다…‘아하’ 호흡이면 고통 사라져
"걷다 보면 무의식 속 상처와 마주하게 돼"
걷기 통증에는 '아하' 호흡 특효
명상센터 ‘깊은산속옹달샘’에서 400만여명 구독자에게 ‘아침편지’를 보내는 고도원 원장은 걷기 예찬론자다. “걷기 만한 운동이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버스값이 없어 매일 50리(20㎞) 길을 걸어 등교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걷기는 가난의 산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 고됨을 자처한다. 매일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충주 산골에 자리한 ‘깊은산속옹달샘’ 내 숲길을 거닌다. 그는 이런 ‘잠시멈춤’의 시간이 긴 인생길을 더 오래 잘 걷게 한다고 강조한다.
걷기 효능 중 하나는 감정 배설에 따른 상처 회복이다. 걷는 데 자신 있다는 생각으로 나선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에서 마주한 황톳길에서 그는 어린 시절의 황톳길과 마주했다. 돈이 없어 타지 못한 버스가 지나가며 일으킨 흙먼지 자욱한 고생길(황톳길) 위에서 배고픔과 추위, 더위, 외로움과 싸워야 했던 어린 소년. 여름철 뙤약볕을 피할 곳도, 겨울철 칼바람을 피할 곳도 없는 고생길을 뚫고 귀가해서도 행여 어머니가 걱정할까 내색하지 않았던 소년. 중년의 고도원은 그 소년의 모습 앞에서 ‘참고 막아뒀던 아픔의 둑이 무너지듯’ 오열했다. 바쁜 일상에 묻어두고 살아도 아무 지장이 없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그는 “바쁜 일상에서 부지런히 걷고 습관적으로 걷는 것 외에, 일상의 울타리를 벗어나 걷다 보면 저 깊은 무의식 속에 잠겨 있던 일들이 툭툭 올라온다”며 “길 위에서 자기의 과거와 만나고, 그 속에 숨어 있던 고통과 상처를 만나 펑펑 울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당시 아버지의 무뚝뚝함이 실은 (사랑 표현에) 무지했지만 그분만의 사랑 표현이었다는 걸 그제야 보게 됐다”고 고백한다.
꼭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긴 여정이 아니어도 좋다. 그는 일상의 가쁨을 잠재울 정도의 시간(약 30분)만 허락된다면 어디서든 가능한 경험이라고 강조한다,
걷기예찬론자인 그가 소개하는 ‘걷기 명상’은 어렵지 않다. 숨이 헐떡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걸으며 ‘잠시 멈춤’을 선언하면 된다. 다양한 감정이 과잉된 상태라도 걷다 보면 어느새인가 차분해지기 마련. 이때 ‘아하 호흡법’이 마음 바로잡기에 도움이 된다. 해당 호흡법은 그가 스페인 순례길에서 통증 완화 효과를 체감한 방법이다. 그는 “아플 때 내는 ‘아’ 소리는 긴 호흡과 함께 소리 내면 통증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 웃을 때 내는 ‘하’ 소리는 기쁨과 회복의 기분을 안겨준다”며 “실제로 ‘아’, ‘하’를 반복해서 걸었더니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냥 걷는 것과 아하호흡을 하며 걷는 것은 피로도나 기운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전한다.
걷기로 몸과 마음이 잘 다져졌으면 이제 좋은 씨를 뿌릴 차례다. 그는 “마음이 차분해졌을 때, 고요와 평화의 고삐를 쥐고 걷는 게 핵심”이라며 용서, 화해, 감사, 사랑을 강조한다. 그는 “이 4가지가 인간관계의 만능열쇠라고 본다. 용서의 열쇠든, 화해의 열쇠든 일단 따고 들어가면 다 만나게 된다”며 “걷기를 통해 용서와 화해, 감사와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러면 표정도 좋아지고 혈압도 내려가고, 생산력도 높아진다. 관계도 갈등에서 화합과 하모니로 변화한다”고 말한다. 뻔한 말 같아도 일단 해보면 알게 된다며 일 년이면 10만명가량이 깊은산속옹달샘을 찾는데 그들 대다수가 회복을 얻은 증인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깊은산속옹달샘’ 내 ▲용서의 길 ▲화해의 길 ▲감사의 길 ▲사랑의 길이 마련된 이유이기도 하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노출되면 해당 길의 목적을 이루기가 수월한 것이 사실. 그 길을 닦고 수많은 이들과 함께 걷는 그의 심신 상태는 어떠할까. 건강 상태를 묻는 말에 “어때 보이냐”고 되묻는 고도원 원장. ‘혈색이 좋고 웃는 인상이 푸근해 보인다’고 했더니 그는 말한다. “보이는 대로다. 70이 넘은 나이에 비타민 외에는 먹는 약도 없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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