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도 조합 대신 신탁…'1990s 트로이카' 서초 삼풍 공개입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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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압구정 현대·잠실 아시아선수촌과 함께 국내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던 서초 삼풍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한다.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 신탁이 조합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강남권은 어느 지역보다 조합 선호가 높았던 곳이다.
이에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이어 강남권까지 신탁 방식을 택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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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절차 돌입
시공사 갈등 심화하자 협상력 높은 신탁 각광
1990년대 압구정 현대·잠실 아시아선수촌과 함께 국내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던 서초 삼풍이 신탁 방식 재건축을 추진한다. 사업성이 높고 소유주 입김이 센 강남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조합 방식 선호가 높았다. 하지만 최근 공사비 인상에 따른 시공사와의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부작용이 극심해지자 강남권에서도 신탁 방식이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풍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이하 삼재준)는 최근 우선협상대상 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신탁 방식은 신탁사가 소유주를 대신해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 등 단계별 정비사업을 이끄는 것으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돼 본격 도입됐다. 삼재준 관계자는 "국내 14개 신탁사 중 성공적 협업이 가능한 우수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절차"라며 "가능한 한 빠르고 투명하게 예비신탁시행사를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풍 아파트는 최고 15층, 24개 동, 총 2390가구 대단지로 1988년 준공됐다. 2000년대 초까지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과 함께 3대 고급 아파트로 꼽혔다. 강남에 들어서는 마지막 대단지라 1986년 분양 당시 최고 분양가(3.3㎡당 133만원)임에도 10대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인근에 서울고등법원 등 서초 법조타운이 있고 강남업무지구와 가까워 법조계 인사들과 기업 임원이 많이 거주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 아파트를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재건축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고 1년 만인 최근 서초구청이 정밀안전진단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결과는 오는 10월 말에 나올 예정이다. 정밀안전진단 통과로 재건축이 확정되면 삼재준은 예비 신탁사와 함께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을 신청할 계획이다. 2024년 말까지 정비구역 지정되는 것이 목표다.
최근 재건축 시장에서 신탁이 조합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강남권은 어느 지역보다 조합 선호가 높았던 곳이다. 신탁 방식의 경우 총 분양 대금의 2~4%가 수수료로 책정되는데, 땅값이 높은 강남권 특성상 수수료 부담이 타지역 대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합 방식과 비교해 소유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워 입김이 센 강남권 아파트에서는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협상력이 사업 속도를 결정할 중요한 열쇠가 됐다. 또 신탁사가 시행을 맡으면 조합설립이 필요 없어 초기 단계에서 4년가량을 아낄 수 있다. 이에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 이어 강남권까지 신탁 방식을 택하는 곳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정부가 신탁 방식 재건축에 사업 기간을 2~3년 단축할 수 있는 특례를 주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시행할 때 특례를 줘 신탁방식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신탁 시행 재건축 표준사업 모델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기석 삼재준 위원장은 "결과적으로 기존 여타단지들의 방식보다 최소 6~7년 이상 단축해 2030년 준공과 입주를 목표로 신속하게 재건축 사업을 완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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