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사교육 장악했다"는 與…정청래·정봉주 등 학원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대입 수능 '킬러 문항' 배제를 지시한 데 이어 여권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을 정조준하자 사교육 업계는 물론 더불어민주당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일각에선 사교육을 둘러싼 논의가 진영 대결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교육의 최대 리스크가 윤 대통령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교육현장이 초토화됐다”며 “교육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말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공이 사회 혼란을 일으켰다”며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할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특히 정청래 최고위원은 “고작 5년짜리 대통령” “겁도 없이 무데뽀 폭주” “해괴한 난동” “무능한 아마추어” 같은 거친 말을 동원하며 윤 대통령을 맹공했다. 정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뭘 안다고 수능시험에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라, 하지 마라’ 하냐”며 “윤 대통령이 백년대계 교육마저 벌집 쑤시듯 대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곧바로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교육 문제를 정쟁의 영역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선동”이라며 “킬러 문항은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뿌리내릴 수 있게 하는 기반이다. 민주당은 '묻지마 반대'로 개혁에 발목 잡지 말라”고 했다.
여권에선 민주당이 반발하는 이유로 “사교육 업계를 좌파가 장악했기 때문”이란 진단도 나온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사교육 현장을 바로 잡자는 걸 대체 왜 반대하냐”며 “민주당이 알레르기적 집단 반발을 일으키는 건 결국 그들이 이권 카르텔의 한 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사교육계와 '86 운동권'의 관계는 오래됐다. 전두환 정부 때의 과외 및 학원 수강 금지가 1991년 해제되자 86 운동권의 사교육 시장 진출은 활발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취업 시기를 놓치거나 구속 경력 등으로 일반 직장 취직이 어려운 점 등이 작용했다. 86 운동권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초기만 해도 생계형 목적의 진출이 많았는데, 천문학적인 돈벌이가 된다는 걸 알고 운동권 선·후배들이 경쟁적으로 사교육 시장을 키워나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연일 비난하는 정청래(건국대 85학번) 최고위원 역시 학원장 출신이다. 1989년 서울 주한미국대사관 점거 사건으로 2년간 복역 후 출소한 뒤 자주민주통일(전대협 모태)을 이끌던 양태회(고려대 85)씨와 서울 마포에서 ‘길잡이 학원’을 차려 큰 성공을 거뒀다. 이외에도 ‘박정 어학원’의 창립자인 박정(서울대 81) 의원, ‘외대어학원’을 운영한 정봉주(한국외대 80) 전 의원 등도 있다.
정치권에 오지 않았더라도 86운동권은 여전히 사교육계의 큰손이다. 정 최고위원과 동업했던 양씨는 이후 ‘비상교육’을 차려 사교육 출판계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고려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 출신 조동기(고려대 85) ‘조동기국어논술학원’ 대표, 노동운동가 출신 손주은(서울대 81) 메가스터디 회장 등도 대표적인 86 운동권 출신 학원 재벌이다.
국민의힘은 소위 ‘1타 강사’로 불리는 젊은 강사도 86 운동권의 영향을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유명 역사 강사 황현필씨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공개 지지하며 윤 대통령을 원균에 빗대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가 25조원을 넘겼다”며 “민주당과 사교육 업계는 카르텔 지키기를 멈추고 비정상의 정상화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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