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의 시시각각] 중국 다루기, 중국 대사 다루기
■
「 한·일 중국대사의 경쟁적 늑대 외교
우리가 일본처럼 저공 대응 한들
중국은 우리에게 과연 예 갖췄을까
」

#1 "그런데요, 요즘 중앙일보 글들이 너무 중국을 의도적으로 비판하려는 것 아닙니까."
싱하이밍 대사는 '의도적'이란 부분을 반복해 강조했다.
3년 전 서울 명동의 주한 중국대사관을 찾았을 때의 일.
당시 게재된 칼럼을 두고 싱 대사는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만찬에 초대해놓고 할 말은 아니었다.
좀처럼 말을 끊지 않고 수위도 올라갔다.
한마디는 해야 했다. "아니, 싱 대사님. 골프에서 드라이버샷을 칠 때 누가 의도적으로 OB를 냅니까? 본인들은 다 정중앙으로 치려 하죠."
애초부터 편향된 글은 아니라고 에둘러 '외교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싱 대사는 멈추지 않았다. 만찬장으로 옮겨서도 거침이 없었다.
"이 자리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얼마 전 와서 앉았던 자리예요." "내가 부임 7개월 동안 79명의 한국 내 주요 인사를 만났다고 한국 언론에 나왔던데, 아니에요. 실은 100명이 훨씬 넘어요."

아마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런 싱 대사 관련 정보를 다수 접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과 국장급 대사의 집을 찾아가 A4 용지 15분 라이브 훈계의 들러리를 섰다.
'싸움닭' '갓재명'이라 불리는 이 대표지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싱 대사의 교묘한 연출에 제대로 당했다.
#2 지난 4월 28일 일본 도쿄의 기자클럽. 우장하오(呉江浩) 신임 주일 중국대사가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일본이 중국 분열을 노리는 전차(戰車)에 속박 당하면 일본 민중은 불길 속으로 끌려 들어갈 것"이라고 도발했다.
중국 분열을 노리는 전차, 즉 미국에 달라붙어 대만 독립 문제에 자꾸 목소리를 내면 일본 국민을 상대로 군사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최근 20년 가까이 일·중 관계가 아무리 험악했어도 이런 표현을 들어본 적이 없다.
미국 편에 붙은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주재국 대사들이 경쟁적으로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에 나선 셈이다.
물론 싱하이밍이건 우장하오건 본국 지시나 허가 없이 이런 행동에 나설 리 없다.
주목할 점은 한국과 일본의 맞대응.
한국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싱하이밍, 중국 정부에 돌직구를 날렸다.
반면 일본은 총리가 나서지도 않았고, 우 대사를 초치조차 안 했다.
한참 지난 뒤에야 하야시 외상이 국회에 나와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했다"고 밝힌 정도다.
뻘쭘했던 걸까.
지난달 중국 최대 싱크탱크 사회과학원의 고위 간부가 일본을 찾아 공개 포럼에서 우 대사 발언에 대해 "일본도 중국도 대국 아니냐. 두 대국이 서로 숙려(숙고)해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고 말했다. 화해 제스처였다.
#3 주재국 대사의 무례는 어디까지나 그 급에 맞춰 외교 라인에 대응토록 하는 게 옳다.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면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
그런 점에서 일본식 대응이 모범 답안이다.
하지만 과연 현 시점에 우리가 일본처럼, 대국처럼 점잖게 실무선에서 대응했다고 해서 중국 정부가 일본에 했듯 한국에도 화해 제스처를 보이고 예의를 갖췄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한·중 관계는 건전한 균형이 이미 깨졌다.
"한국은 누르면 눌린다"는 그릇된 관념이 뿌리내리고 말았다.
중국은 사안마다 원칙을 지킨 일본과 같은 잣대로 한국을 대하지 않는다.

이참에 한·중 관계의 판을 정상화해 두지 않으면 '싱하이밍 참사'는 또 일어나게 돼 있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강하게 경고 메시지를 던진 건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상호주의가 뭔지 중국으로 하여금 다시금 숙려케 하고, 기울어진 무게추도 되돌려놔야 한다.
또 하나. 이제는 국장급 주한 중국대사를 다루는 법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자.

중국의 일방적 사드 보복에 최대 피해를 본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은 다른 대기업 총수, 정치인과 달리 싱하이밍의 초대를 마다했다고 한다.
그 정도의 당당함은 없다 하더라도, 부른다고 그냥 쪼르르 달려가 밥 먹고 사진 찍고 오는 이른바 지도층의 행태가 계속되면 정말 우린 소국 신세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김현기 순회특파원 겸 도쿄총국장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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