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난제는 ‘고1’… 상대평가에 사교육 집중 우려

이도경 2023. 6.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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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1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말 그대로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현행 입시 체제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무거운 사교육 부담을 지는 시기는 자녀의 고1 때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지갑을 열어야 하는 고3 때보다 오히려 고1 사교육 시장이 더 큰 것으로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1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9만1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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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위주 수시 내신 비중 커져
고1 내신 9등급 석차등급제 유지
자사고 존치는 中 사교육 뇌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21일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학원가를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21일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은 말 그대로 공교육의 질을 높여 사교육 수요를 공교육으로 흡수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사교육을 부추기는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고교 1학년 시기의 사교육 폭증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입시 체제에서 학부모들이 가장 무거운 사교육 부담을 지는 시기는 자녀의 고1 때다.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에 지갑을 열어야 하는 고3 때보다 오히려 고1 사교육 시장이 더 큰 것으로 나온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1 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9만1000원이었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으로 좁히면 70만6000원이나 된다. 고3의 경우 각각 41만9000원과 68만1000원이었다.

학교생활기록부 위주의 수시가 정착하면서 대입에서의 고1 내신 비중은 한층 커졌다. 특히 상위권 학생은 고1 내신성적이 저조하면 현실적으로 2, 3학년 때 만회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고1은 물론 중2·3 시기에 선행학습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의 사교육비 평균은 고3(62만9000원)이 고1(58만3000원)보다 높았다. 하지만 2020년 고1 63만원, 고3 64만8000원으로 격차가 좁혀졌고, 2021년에는 각각 65만5000원과 64만1000원으로 뒤집혔다.


그런데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을 결정하면서도 고1 내신의 경우 기존의 9등급 석차등급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고2·3에선 5등급 성취평가(절대평가)를 도입한다. 고1 내신의 중요도가 더 올라가는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고교학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게 석차 9등급제를 없애는 일”이라며 절대평가의 전 학년 적용 뜻을 밝혔지만 결국 실행하지 못했다.

고교 상대평가 유지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존치와 맞물린 사안이다. 고교 내신이 전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내신 경쟁 부담이 완화돼 자사고 등은 날개를 달게 된다. 중학교 이하 사교육 폭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교 내신 절대평가와 자사고 등의 존치는 함께 갈 수 없다는 우려가 컸다. 교육계에선 이 부총리가 평소 소신이었던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접는 대신 자사고 등의 존치를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3과 중1 대상 ‘책임교육학년’도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지난 정부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대거 등장하면서 공교육에서 지필고사를 거의 치르지 않아 학부모들의 사교육 의존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미 초3과 중1의 학력을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해 측정하기로 했었지만 ‘일제고사 부활’ 논란 등으로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그치고 말았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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