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먹겠다는 교수, 과거에도 "후쿠시마 사람 살아도 문제 없어"

곽우신 2023. 6. 2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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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훈 카이스트 교수, 국민의힘 의원총회 강연 내용 화제... 과거부터 일관된 '친원전' 공학자

[곽우신, 유성호 기자]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방류 안전한가?' 주제로 특강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 2017년 7월 12일

"월성 주민의 삼중수소 1년간 피폭량=바나나 3~6개, 멸치 1그램 내외" - 2021년 1월 8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어도) 80년을 산들 100년을 산들 영향 받을 이유 전혀 없다." - 2023년 6월 20일

모두 한 사람의 발언이다. 정용훈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의 일관된 주장이다. 정 교수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강연 내용이 정치권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 교수는 일관되게 원자력 발전의 안정성을 주장해 온 '친원전' 성향의 원자력 공학자인데 이번 공방을 계기로 정 교수의 과거 발언들까지 재조명되고 있다.

정용훈 교수는 지난 20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전한가'라는 주제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이걸(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먹으면 증명되냐, 저는 먹을 수 있다, 먹겠다"라며 "그런데 먹어도 '이 독한 놈 봐라' 이렇게밖에 될 수 없다. 그래서 이건 참 무의미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 당장 한강 물을 떠서 측정하면 1ℓ에 1Bq(베크렐)이 나온다. 그래서 서울시민들 소변 검사하면 1ℓ 1Bq의 삼중수소가 나온다", "티끌이 태산이 되려면 티끌을 태산만큼 모으셔야 한다.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그 양이 미미하며 장기간 피폭되더라도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2021년 "피폭, 암과 관련 없다"

해당 강의 내용이 화제가 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직접 비판에 나섰다(관련기사: 이재명 "국민 불안한데... 정부는 일본 대신 '1일 1변명'").

이 대표는 "국민의힘은 지난번에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1ℓ씩 또는 10ℓ씩 매일 마셔도 된다는 그런 학자라는 분을 불러 국민을 기만하고 그야말로 괴담을 퍼뜨리더니 어제는 의총을 열어서 '후쿠시마 오염수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는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특강까지 들었다고 한다"라며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될 정부·여당이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을 생각은 안 하고 오히려 일본을 두둔해서 계속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현재 국민의힘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태스크포스)'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앞서서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전문위원으로 참여하며 현 여권과 연을 맺었다.

정 교수가 세간의 주목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경상북도 월성원전 1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 부지 10여 곳의 지하수가 삼중수소(트리튬)으로 오염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내부 보고서가 뒤늦게 <한겨레> 등의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벌어졌다.

그해 1월 8일 정용훈 교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월성 주변 지역 주민의 삼중수소로 인한 1년간 피폭량"은 "바나나 3~6개, 멸치 1그램 내외"라고 써 논란이 일었다. "피폭이 있는 것과 암은 관련이 없다. 지금 논의되는 수준에서는"이라며 "월성 방사능 이야기는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수사 물타기 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의 발언은 여러 갑론을박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에너지전환포럼이 주최한 '월성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과 안전 문제 대응 전문가 시민사회 긴급 토론회'가 대표적이다. 2021년 1월 27일 당시 토론회에서 과학기술정책학 박사인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원자력 공학자가 의과학자나 예방학자인 것처럼 월성 원전 주변 주민들의 체내 삼중수소가 멸치 1그램 먹은 것처럼 모든 언론에 도배하듯 나왔다"며 "모든 것을 희화화시켰다"라고 꼬집었다.

2017년 "후쿠시마에 사람 살 수 없으면 북유럽도 사람 살 수 없다"

'탈원전' 정책에 명백한 반대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온 정 교수는 과거 "후쿠시마에는 사람이 살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발언한 적도 있다. 2017년 7월 14일, 신고리 원전 5, 6호기의 건설 중단 결정이 내려졌는데 이를 코앞에 둔 7월 12일 김무성 당시 바른정당 의원이 주최한 '원전 거짓과 진실-성급한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 국회 토론회에 정 교수도 참석했다.

당시 그는 "후쿠시마가 만약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면, 대부분의 북유럽 또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며 "후쿠시마에 주민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것은 방사능 때문이 아니다. 사회적,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서 더 이상 후쿠시마에서 생계를 이어갈 기반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후쿠시마에 10년간 있으면 약 10mSv(밀리시버트)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라며 "하지만 스페인이나 핀란드의 일부 지역에는 1년에 10mSv 이상의 방사선에 노출된다"라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므로 후쿠시마가 만약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면, 대부분의 북유럽 또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라는 비교였다.

그의 이같은 주장은 당시에도 상당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가 '후쿠시마'라고 지칭한 지역의 범위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언급한 후쿠시마는 원전 사고의 피해가 발생한 마을이 아니라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60~80km가량 떨어진 '후쿠시마 시'를 의미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현 내 마을인 오쿠마마치는 그의 당시 발언과 달리 현재도 대한민국이 '출국 권고' 지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출국 권고란 외교부가 지정하는 여행 경보 중 3단계에 해당하는 적색 경보다. 가장 높은 '여행 금지' 바로 아래 단계로 우리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반경 30km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수준의 위험"으로 규정한 셈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여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했다. 현재는 수백 명 수준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마을 내 일부 지역은 여전히 출입금지이다.

집권당이 이처럼 특정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전문가들만 부르는 것이, 사실상 결론을 정해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한편, 정의당은 이날 오전 김가영 부대변인 명의의 브리핑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일본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렸음을 지적하며 "일본 정부는 자국 국민조차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되돌아보고 방류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나서서 일본 내 유통업계와 어민계를 설득하려 애쓰고 있다"라며 "'세슘 우럭'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결과는 내보인 적 없는 채, 방사능 괴담을 유포하지 말라며 야당을 협박하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보다도 못하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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