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 통일법' 취학·술담배 구매·병역의무·공무원시험 응시는 예외

개정 민법·행정기본법 28일부터 시행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 민법과 개정 행정기본법 등 이른바 '만 나이 통일법' 시행을 앞두고 법제처가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종전처럼 '연 나이'가 적용되는 예외 사례들을 설명하고 나섰다.

21일 법제처는 '만 나이 통일법 시행으로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선거권, 연금수령 기준 등 기존에도 만 나이를 사용하고 있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며,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연령, 병역의무 등은 만 나이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세는 나이’, ‘연 나이’, ‘만 나이’ 등 3개의 나이 계산법이 뒤섞여 사용됐다.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출생했을 때 0살로 시작해 매년 생일 때마다 1살을 더하는 ‘만 나이’가 통용되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여러 가지 나이 계산법이 뒤섞여 쓰이면서 생기는 혼선과 각종 법적·행정적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민법과 행정기본법 개정을 통해 나이 계산을 ‘만 나이’로 통일하도록 법률을 정비했다. 개정 민법과 개정 행정기본법은 28일부터 시행된다.

먼저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라고만 규정돼 있던 민법 제158조(연령의 기산점)는 '나이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로 개정됐다. 조항의 제목도 제158조(나이의 계산과 표시)로 바꿨다.

또 행정기본법에 '행정에 관한 나이는 다른 법령등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출생일을 산입하여 만(滿) 나이로 계산하고, 연수(年數)로 표시한다. 다만, 1세에 이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월수(月數)로 표시할 수 있다'는 제7조의2(행정에 관한 나이의 계산 및 표시)를 신설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따로 개별법에 나이를 세는 방법이 별도로 규정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앞으로 행정·민사상 나이는 만 나이로 세는 것을 원칙으로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법령, 계약서뿐만 아니라 복약지도서, 회사 내규 등에 규정된 나이도 별다른 언급이 없는 경우 만 나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공직선거법상 선거권(만 18세 이상),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이나 기초연금법상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상 정년(만 60세 이상), 노인복지법상 교통비 등 할인을 받는 경로우대 대상(만 65세 이상) 등 이미 만 나이를 기준으로 운영돼온 정책과 제도들은 현행 그대로 유지된다.

만 나이 통일법이 시행돼도 취업, 학업, 단체생활 등을 고려할 때 국민 편의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 나이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는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병역 의무 ▲공무원 시험 응시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초등학교는 만 나이로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해 3월 1일부터 입학한다.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16년생이, 내년을 기준으로는 2017년생이 각각 학교에 입학한다.

청소년 보호법 제2조 1호는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결국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뺐을 때 19 미만인 사람이 해당되는데, 이에 따라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04년생부터 주류나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

병역법상 병역 의무와 관련된 나이 역시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며, 올해를 기준으로 생일과 관계없이 2004년생이 병역판정검사를 받는다.

공무원 시험 응시의 경우 '공무원임용시험령'에 따라 올해를 기준으로 7급 이상 또는 교정·보호 직렬 공무원 시험은 2003년생부터, 8급 이하 공무원 시험은 2005년생부터 각각 응시할 수 있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국민 편의를 위해 취학연령, 주류·담배 구매 등 일부 분야에서는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만 나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라며 "관련 정책 대상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소통과 홍보를 강화해 '만 나이 통일법'이 안착되고 국민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