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주의가 공교육 약화”…자사고·외고 존치, '지역인재 선발'

이가람 2023. 6. 2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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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고교 유형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는 존치하고, 고교학점제를 보완할 '온라인학교'도 도입한다. 그동안 공교육이 약화된 원인이 획일적인 평등을 강조한 교육 정책 때문이라는 이유다.

교육부는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재정이 2배 가까이 증가했고 학급당 학생 수도 지속해서 감소하는 등 교육 여건은 획기적으로 개선됐지만 공교육의 질은 전반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획일적 평등주의에 기반을 둔 교육정책으로 오히려 교육 격차는 심화됐다”며 “여전히 학교에서는 지식전달 위주, 평균 수준의 교육을 실시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사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등주의 정책, 수업 흥미 잃고 사교육 의존하게 해”


지난 2019년 7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숭문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 취소 철회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공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학교 선택권 확대를 제시했다.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존치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 학교가 입시 기관으로 변질됐다며 2025년까지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교 유형 단순화 정책으로 공교육 다양성과 학생·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제한됐다”며 “소모적인 서열화 논쟁으로 고교교육 혁신 또한 미흡했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사고와 외고 존치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독점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추진한다. 교육부는 전국단위 모집 자사고 10곳은 모집정원 20%를 지역인재 전형으로 선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다. 지방에 위치한 자사고에 수도권 학생이 몰리는 걸 막아 지역인재 양성에 기여한다는 취지다. 또 5년 주기로 입학전형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사교육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지난 2021년 2월 18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 취소 판결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이 밖에 전국에서 학생을 모집하는 일반고인 '자율학교'도 유지한다. 전국단위 선발 일반고 43곳과 중학교 7곳 특례를 유지하되, 해당 지역 학생을 일정 비율 뽑도록 하는 형태다. 또 ‘자율형공립고 2.0’ 정책을 통해 각 지역의 공립고교가 혁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교육청과 기업, 지자체 등이 참여해 'K팝스쿨' 등의 특성화 공립고를 만드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맞춤형 수업 위한 온라인학교 도입


고교학점제 지원센터 운영 방안. 자료제공=교육부
2025학년도부터 전국 고교에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도 발표됐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인데, 학교와 지역 여건에 따라 과목을 다양하게 개설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교육부는 여건에 관계없이 다양한 과목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학교'나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해 과목 선택권을 넓히기로 했다.

선택과목에 따라 내신 성적에 유불리가 없도록 절대평가(성취평가제)를 시행한다. 모든 선택과목은 A~E의 5단계 절대평가로 성취도를 측정한다. 단 국어, 영어, 수학 등 공통과목은 최소한의 내신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성취도와 함께 기존의 석차 9등급을 병기한다. 이수 학점이 모자란 학생은 보충지도, 대체 이수를 받도록 한다.


“특목고 존치는 사교육 경감과 모순된 정책”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능에서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등 대입 사교육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고입 사교육을 유발하는 자사고·외고를 존치한다고 비판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자사고·외고·국제고 유지는 사교육 유발 요인을 그대로 두면서 사교육 경감을 하겠다는 모순된 정책 발표다”며 “이들 학교는 학생 선발권이 있기 때문에 입학 전형을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과 입학 이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선행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중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이지만 외고·국제고 진학 희망 중학생은 64만원, 자사고는 69만원이었다. 자사고 진학 희망자의 사교육 참여율(85.7%)도 일반고 희망자(76.6%)보다 높았다.

이 부총리는 “사교육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이 강조하는 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위해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이번에 지역인재 선발도 의무화했으며 선행학습 유발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존치로 인해 새로운 사교육 요인이 더 유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주에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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