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성취도평가 초3~고2 확대…“학원가서 학력 진단” 잡는다

최민지 2023. 6. 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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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교육 개혁 추진 방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교육 강화를 위해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초등 3학년부터 고2까지 전 학년에서 치르기로 했다. 특히 초3과 중1은 의무적으로 시험을 보도록 한다. 학력 저하가 심각해진 가운데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 사교육 업체에 가서 진단 시험을 치르는 실태를 바꾸겠다는 취지다.


내년부터 초3~고2까지 자율평가…초3, 중1은 의무화


교육부는 21일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도입한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험 대상은 초 5·6, 중 3, 고 1·2학년인데, 내년부터는 초3~고2 전 학년이 응시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초등 3학년과 중1은 본격적인 교과 학습이 시작되는 학년으로 보고 평가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각 교육청에 권고하기로 했다. 실제 참여 여부는 각 시·도교육감이 결정한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컴퓨터 기반 평가(CBT)로, 개인이나 학급 마다 무작위로 배정된 문제가 출제된다. 초기 문항을 계속 틀릴 경우, 더 낮은 수준의 문항을 제시하는 식으로 학생 수준을 확인한다. 이 때문에 한날한시에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와는 다르다. 대상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이다. 단, 초3은 읽기, 쓰기, 셈하기 과목으로 치른다.

중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가 치러진 2012년 6월 한 학교의 모습. 연합뉴스


'일제고사의 부활'이라는 지적에 대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험 시행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교육청에 유인을 제공해서 가급적 모든 학생들이 응시하도록 하겠다”며 “과거 ‘일제고사’라고 비난 받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평가 이후에는 각 교육청에 성취 수준 분석 결과가 제공된다. 학교와 교사에게는 수준별 학생 비율 정보를 주고, 학생에게는 본인 성적과 전체 학생 평균 성취율을 공개한다.


학력 저하 우려…틈새 파고든 사교육


1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정부가 학력 진단을 강화한다는 카드를 빼든 건 최근 기초학력 저하 우려가 높아져서다. 특히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에서 3% 표집평가로 전환한 2017년 이후 학력 미달이 크게 늘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중3의 국·영·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2011~2016년에는 평균 3.1%였지만 2017~2022년에는 7.6%로 늘었다. 고2도 같은 기간 3.8%에서 8.2%로 늘었다.
중 3과 고 2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추이. 자료제공=교육부

학력 진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틈을 사교육 업체가 파고들었다. A업체는 지난해 11월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 학력평가를 시행했다. 이 업체는 “전국 누적 213만명이 신청한 시험”이라며 “응시생의 전국 등수, 지역별 등수 비교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광고했다. 응시료는 4만원이다. 이 시험을 신청한 학부모 한모(40)씨는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으니까, 아이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고 싶었다”며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학부모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유명한 영어나 수학 학원의 '레테(레벨테스트)'를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학원들은 학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레벨테스트를 치르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자녀 학력을 진단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 한 학부모는 “자녀 수학 학원 레벨테스트 때문에 직장에 휴가를 냈다”며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객관적으로 점수를 알려준다면 굳이 학원 레테를 치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 3과 고 2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추이 비교. 자료제공=교육부

정부와 여당은 학력 진단 확대가 과도한 사교육을 막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규 국회 교육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는 “학교의 학력 진단이 부실해지며 사교육 배만 불렸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는 학생 개인의 성취도 결과만 제공하지만, 향후 다른 학생 성취도도 제공하는 등 학력 증진에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개선하려 한다”고 말했다.


IB 확대하고 교사 연수 늘리고…“대전환 시대 혁신 필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대구 경북사대부중을 방문해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교육부는 책임교육 학년제 도입,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 바칼로레아) 프로그램 도입 지원, 교사 연수 확대 등의 계획도 내놨다. 책임교육 학년으로 지정된 초3, 중1은 학력 진단 결과를 토대로 정규수업 및 방과후 지도, AI 맞춤형 학습, 학습 관리 튜터링 등의 지원을 받게 한다. 토론식으로 수업하는 IB 프로그램은 올해 8개 교육청 225개교가 운영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한국형 IB 수업평가 모델 수립을 위한 정책연구를 시행하고 관련 교원의 연수도 실시한다.

이주호 부총리는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발맞추어 우리 공교육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학생을 중심에 두고 학교 현장 및 시·도교육청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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