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시아나 항공기 비상문 개방 30대 구속기소… 국내 첫 사례

최석진 2023. 6. 21.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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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착륙 중인 아시아나 항공기의 비상문을 임의로 개방한 30대가 재판에 넘겨졌다.

대구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서경원)는 운항 중인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항공기 비상문을 강제 개방한 A씨(32)를 항공보안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21일 구속기소했다.

[사진출처=YTN 뉴스화면 캡처]

A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97명의 승객이 탑승하고 있던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항공 OZ8124편 항공기가 대구공항 상공 고도 224m에서 시속 260km의 속도로 하강하던 도중 갑자기 비상 탈출구 출입문 레버를 조작해 개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A씨는 이 과정에서 항공기의 외부 비상구 탈출용 슬라이드가 떨어져 나가게 하는 등 항공기를 손괴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해당 항공기의 비상문과 슬라이드 등 3개 부위 손상에 따른 피해액을 약 6억4000만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A씨는 가족이 살고 있는 대구에서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제주공항에서 항공권을 현장 구입해 비행기에 탑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항공사는 A씨에게 정신과 약물 복용 여부를 문의한 뒤 비상구 좌석을 배정했고, 탑승 수속 과정에서도 이상 증세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A씨는 비상문을 개방한 직후 기내로 강한 바람이 들어오자 좌석에 앉아 있다가 항공기가 완전히 착륙한 후 탈출구 밖으로 뛰어 내리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승무원 2명과 승객들이 즉시 A씨를 제압했고, 긴급체포된 A씨는 대구공항 지상직 직원에게 범행을 시인했다. 또 항공기의 비상문 조작 레버에서 피고인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항공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착륙한 것으로 알고 비상문을 개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비행기록장치 확인 결과 A씨가 비상문을 조작할 당시 항공기는 고도 224m에 위치했고, 도착 예정 시간으로부터 약 8분 전이었던 점, 비상문에 창문이 설치돼 있고 착륙 전 기내 안내방송이 이뤄진 점 등을 종합해 검찰은 이 같은 A씨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2항은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하거나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 또는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행을 저해하는 출입문 또는 탈출구 조작을 금지하고 있다.

또 같은 법 제46조(항공기 내 폭행죄 등) 1항은 '제23조 2항을 위반하여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협박·위계행위 또는 출입문·탈출구·기기의 조작을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2조(정의) 1호는 '운항중이란 승객이 탑승한 후 항공기의 모든 문이 닫힌 때부터 내리기 위하여 문을 열 때까지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에 설사 A씨의 주장대로 이미 비행기가 착륙해 활주로를 주행하고 있을 때 비상문을 개방했더라도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이달 초 대구동부경찰서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항공기 승무원, 주변 승객, 항공권 발권 직원, 피고인 가족·지인 등을 차례로 조사했다. 또 A씨의 휴대전화 메시지 분석, 범행 전·후 행적 확인 등 다각도의 수사를 실시해 A씨의 항공기 탑승 경위와 비상문을 개방한 과정 및 범행의 동기, 심리상태 등을 규명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이 사건은 승객이 운항 중인 항공기의 출입문을 개방한 국내 최초 사례로서 항공운항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 범죄"라며 "향후 재판 절차에서 피고인에 대한 임상심리평가 분석 결과를 제출하는 등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필리핀 세부발 인천행 항공기에서 승객이 비상문 개방을 시도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모방범죄 발생 우려가 있어 앞으로도 검찰은 항공운항을 위협하는 범죄에 엄정 대응해 항공기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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