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의 뼈때리는 글 "윤 대통령, 알지 못하면..."
[임병도 기자]
▲ 20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발언 이후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수능을 불과 5개월을 앞둔 상태라 수험생·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커뮤니티에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 관련 뉴스에 달린 고3 수험생의 댓글이 화제다.
자신을 "현역 고3 수험생"이라고 소개한 글쓴이는 "지금 위대하신 윤석열 대통령님의 저 발언 덕분에 저희 수험생은 대혼돈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 자신을 고3수험생이라고 밝힌이가 올린 글 |
ⓒ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
글쓴이는 댓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첫 번째로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대표적으로 국어 영어 영역의 독서파트)는 사교육을 장려하기 때문에 출제를 배제하라고 말하는데 독서 파트는 수능 전체에서 사교육이 가장 필요 없는 파트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애초에 독서 교과목의 학습목표만 살펴보면 수능 독서 파트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킬러 문제도 언급했다. 글쓴이는 "킬러 문제의 출제를 배제한다고 하는데, 수학·과학 영역에서 킬러 문제를 없애버리면 애초에 변별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킬러 없이 변별력을 가리려고 한다면 기존에 출제되는 비킬러, 준킬러 문제들의 계산 과정이 훨씬 더럽고 어렵고 복잡해질 것"이라며 "이런 변화는 기존의 킬러 문제보다 수능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제일 큰 문제는 변화를 할 거면 유예기간을 두고 해야 할 건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9모(9월 모의고사)랑 수능부터 적용시키려고 한다"면서 "수능대비하려고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저희는 뭐가 됩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사교육 폐해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며 "주요 인강 사이트들은 1년에 30만~40만 원 정도만 내면 모든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패스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교육의 부담이 크지 않다"고 했다.
▲ 2022년 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유튜브 "공부왕 찐천재"에 출연해 교육의 다양성을 위해 고등학교부터는 기술고, 예고, 과학고 등으로 나누자고 발언하는 장면 |
ⓒ 유튜브 갈무리 |
글쓴이는 "지난번부터 5살 초등학교 입학이며, 주 69시간 근무며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무슨 변화를 취하겠다고 계속 뻘짓을 하는데 제발 가만히 좀 있어달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대통령씩이나 돼서 그러고 있으면 사회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처럼 윤석열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강행한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유튜브 채널 <공부왕 찐천재>에 출연했다. 당시 윤 후보는 "나는 중학교까지는 정규교과과정, 똑같이 배우는 시간을 좀 줄이고, 좀 다양한 걸 배울 수 있게 해주고. 고등학교 갈 때는 학교들을 좀 나눠야 될 것 같다. 기술고등학교, 예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고등학교부터는 좀 나눠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1983년 과학고를 시작으로 예술고등학교, 기술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국제고등학교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관련기사: 이미 있는데... 윤석열 "학교 나누자, 예고, 과학고, 기술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초 2023년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무려 43분 동안 피력한 교육 관련 발언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기 느낌을 적는 <국어> 교과서와 시청각 자료와 다큐멘터리를 다 보게 하는 역사 교육을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출판된 고교 <국어> 교과서에는 이미 정서를 표현하거나 편지를 쓰는 학습 문제가 제시돼 있었다. <역사> 교과서도 다양한 시청각 자료 등을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관련 기사: 이미 교과서에 있는데... "대통령이 별나라에서 온 분 같다").
윤석열 대통령의 "(수능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내지 않고 있다"라는 문책성 발언 다음날 대입업무를 담당했던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이 경질됐고, 나흘 뒤에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이규민 원장(연세대 교육학과 교수)이 사임했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평가원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감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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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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