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재명에 '돌팔이' 저격당한 옥스퍼드 교수 "과학 배워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대회’에서 ‘돌팔이’라 지칭한 과학자가 있다. 지난달 한국을 방문한 웨이드 앨리슨(Wade Allison) 영국 옥스퍼드대 물리학 명예교수다.
40여년간 방사능과 원자력을 연구해 온 앨리슨 명예교수는 당시 한국원자력연구원 초청 간담회와 국민의힘 초청 강연에서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1리터를 섭취했을 때 CT, X-ray 등 의학 설비에 노출됐을 때보다 방사선량이 적다”며 “제 앞에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가 있다면 바로 마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와 관련해 “집권 여당이 (오염수를) 매일 1리터,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 없다고 하는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중앙일보는 지난 20일 엘리슨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 대표의 ‘돌팔이 과학자’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앨리슨 교수는 답변에서 “관련한 해법을 말해야한다면, 과학을 좀 배우라는 것(Recommended treatment? Learn a little science)”이라고 반박했다. 앨리슨 교수는 “난 주장을 하거나 믿음을 말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수치를 밝힌 것”이라며 “방사성 물질 중 하나인 칼륨-40은 내 몸 안에도 있고, 또 모든 사람의 몸 안에도 존재하며 심지어 이재명 대표의 몸 안에도 있을 것이다. 해롭지도 않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지난달 초청 간담회에서 밝혔듯 “희석되지 않은 1리터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면 체내의 칼륨 수치만큼 방사성 수치가 오를 수 있으나 2주 후면 괜찮다”며 “CT 스캔과 마찬가지로 해롭지 않다”고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앨리슨 교수는 “기초 과학 지식만 있다면 방사성 물질은 지구 탄생 전부터 주변에 존재해왔던 것임을 알 수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수치가 뒷받침되지 않은 논쟁을 과학적인 논쟁처럼 주장해서는 안 된다”며 “두려워하거나 대신 생각해 줄 전문가를 찾기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물리학을 가르쳐 온 앨리슨 교수는 2008년 은퇴한 뒤 옥스포드 커비 컬리지의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방사능에 대한 과도한 공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앨리슨 교수의 2009년 저작 『방사선과 이성, 공포의 문화 속 과학의 영향』은 2021년 국내에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앨리슨 교수를 초청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달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음용과 관련한 앨리슨 교수의 주장에 대해 “일본이 희석하여 방류할 오염수의 삼중수소 방사능 농도는 1,500Bq/L 이하로 방사능 관점에서는 상시 음용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희석 전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평균 620,000Bq/L로 상시 음용하는 식수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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