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엘리엇에 총 4100억… 법무부, 불복절차 밟을 듯
우리 정부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연달아 패소하면서 거액의 세금 지출이 예상된다. 정치권과 재계에서 책임론이 나올 조짐인 가운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우리 정부를 상대로 7억7000만달러(약 1조378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는 20일 엘리엇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달러(약 690억원) 및 지연이자를 배상금으로 주라고 명령했다. 우리 정부와 엘리엇은 각자 이번 소송에 들인 비용도 주고받아야 한다. 우리는 엘리엇에 2890만달러(약 372억원)를 주고 345만달러(약 44억원)를 받아야 한다. 이 내용을 모두 포함하면 우리 정부가 실제로 엘리엇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1300억원에 이른다.
엘리엇이 소송을 낼 때 요구한 1조원에 비해 배상액은 7% 수준에 불과하지만, 거액의 지연이자 등이 붙으면서 지불해야 할 액수는 커졌다. 앞서 지난해 8월 우리 정부가 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2억1650만 달러(약 2925억원)를 지급하라고 한 ISDS에 이은 연패다. 론스타와 엘리엇까지 우리 정부가 ISDS 결과로 내야 할 돈은 총 4100억원에 이른다.
법무부는 이르면 21일 중 대응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법조계는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판정문 취소를 신청하는 등 불복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 론스타 사건도 판정문 취소 신청 기한이 다음 달에 도래해 곧 결단해야 한다.
한편 우리나라를 상대로 제기된 ISDS 5건이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법무부가 내놓을 결정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남은 5건 결과에 따라 배상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어서다. 그래서 적극적인 불복 대응으로 배상액 규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만 판정 취소 신청이 받아들여질 확률은 현저히 낮아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에서 "2020년 기준 ICSID의 경우 중재판정 전부가 취소된 사건은 총 6건, 일부 취소된 중재판정은 13건으로 모두 합쳐 19건에 불과하다"면서 "총 165건의 중재판정 취소신청 중 19건만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것이므로, 성공률은 11.5%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남은 5건 중, 엘리엇과 같은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 매니지먼트'가 2018년 7월경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제기한 2억 달러 규모의 ISDS가 먼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같은 해 10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승강기업체 쉰들러홀딩아게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며 제기한 1억9000달러 규모의 ISDS도 곧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 투자자들이 제기한 ISDS도 재판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2020년 7월 한 중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수천억원대의 대출을 받고 갚지 않아 담보를 잃자, "한국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1억5000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이듬해 5월에는 또 다른 외국인 투자자가 부산시 재개발 사업으로 인한 토지 수용으로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며 537만달러 규모의 ISDS를 냈다. 같은 해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의 배상금 지급 지연 문제 등을 지적하며 정부 상대 두 번째 ISDS를 제기했다. 앞서 다야니 가문은 2015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과정에서 계약금이 채권단에 몰취 당하자 정부를 상대로 935억원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청구 금액 중 730억원 상당을 다야니 측에 지급하라는 판정을 내렸지만, 정부는 대이란 제재 및 금융거래 제한으로 배상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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