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카르텔'...前 수능 출제위원이 킬러문항 만들어 판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어려울수록 사교육이 돈을 버는 구조를 ‘카르텔(독점의 연합 형태)’이라고 비판한 가운데, 정부가 근본적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른바 '킬러문항'으로 불리는 초고난도 문항을 수능에서 출제하지 않고 공교육의 교육과정 위주 수능으로 개편하는 한편, 사교육 근절 대책도 추진할 방침이다.
수능 논란, 사교육과의 전쟁으로…“이권 카르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일 국민의힘 당정 협의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하는 등 교육과정 내에서 수능을 출제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만이다.
교육부가 수능을 손보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사교육 카르텔’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윤 대통령은 15일 교육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의 수능 문제를 지적하며 “이러면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 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했다. 공교육에서 대비하기 어려운 수능에 맞춰 입시학원이 초고난도 문제를 만들고 고액에 파는 구조 자체를 카르텔로 규정한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 출신 인사를 포함한 교육계 인사들과 대형 입시 학원 사이의 카르텔을 끊는 것이 급선무”라면서 “이는 교육 관심도가 높은 학부모의 최대 불만사항”이라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지난 정부에서 방치했다는 게 여권의 시각이다. 이태규 국민의힘 교육위원회 간사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좋은 수능 문제를 내려면 학생들의 수준을 제대로 진단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학업성취도 전수 평가를 없앴고 (수능 비중이 큰) 정시를 확대하는 등 아이들이 학원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수험생이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이 의원은 “윤 대통령의 발언으로 혼란스러운 건 학부모가 아닌 사교육업체”라며 “수능을 정점으로 사교육을 배불리는 구조를 없애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1일 학교 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는데 이어 다음 주에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킬러문항 유통, 수능 출제위원 홍보까지…‘킬러문항=돈’
B업체는 대표가 ‘수능출제위원 출신’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자체 모의고사를 만들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서울대, 연고대 출신 박사, EBS 교재 및 교과서 집필 진 등으로 자체 모의고사 출제위원단을 꾸렸다”는 내용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적중률이 높은 문제를 잘 내고 강의력도 뛰어나다고 소문난 대치동 ‘1타 강사’(1등 스타강사)들은 인터넷 강의를 통해 ‘전국구 1타’로 성장하기도 한다. 사교육 업계 관계자는 “스타 강사들은 수많은 대학생 조교들을 고용해 문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몸값을 올린다. 재계약 기간마다 수억 원이 오가는 거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문제가 돈으로 직결되면서 모의평가 출제진과 강사 간 문제 유출이 이뤄진 적도 있다. 2017년 당시 스타강사였던 이모씨는 6월 모의평가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능 관련 지시는 특정 사건 때문에 일어난 것은 아니다”라며 “카르텔이라는 표현도 계속 어려운 문제가 수능에 나오고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국민들 입장에서는 사교육 업체들과의 유착을 의심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긴장하는 학원가 “세무조사 들어오는 것 아닌가”
학원 관계자는 “학원으로선 많이 억울하다. 고난도 문항에 맞춰 양질의 콘텐트를 개발한 것 뿐인데 카르텔로 규정하니 난감하다”이라고 말했다. 한 사교육 업체 임원은 “지금처럼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분위기에서는 세무조사라도 들어오는 게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최민지·이가람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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