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요 말라, 준비는 우리가 한다”… 혼란 파고드는 학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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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대형 입시학원 정문.
학원 관계자들은 현재 '타깃'이 된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정부 발표 파장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며 이런 대책이 가시화되면 중소형 학원들도 이를 따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 대형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치동에선 최상위권 아이들만 모아서 킬러문항을 판매하는 수업이 공공연히 있다"며 "지금같이 혼란한 상황에선 당분간 사교육 시장이 외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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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대형 입시학원 정문.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오전 수업을 마친 수험생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들 손에는 유명 국어 강사 A씨가 쓴 안내문이 들려 있었다. A4 1장을 가득 채운 안내문에서 A씨는 정부의 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제) 출제 배제 방침을 거론하며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해 맞고 틀리고 고민은 안 했으면 좋겠다. 동요하지 말라. 고민은 제가 하고 준비 역시 제가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킬러문항 배제 발표 하루 만에 새로운 대응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A씨가 쓴 안내문에도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는 정부 발표에 따라 국어영역의 변별력을 가르는 독서 부문의 고난도 ‘보기’ 문제는 최대한 배제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맥을 읽어서 답을 유추하는 ‘추론’ 문제보다 지문 내용과 상응하는 답을 찾는 ‘일치’ 문항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EBS 연계율 강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EBS 교재에 나오는 지문을 정리해서 푸는 모의고사 형태의 자료집을 이른 시일 내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안내문을 학원 교재와 함께 들고 가던 재수생 안모(18)씨는 “가장 난도가 높은 국어영역 독서 문항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수능이 5개월 정도 남았는데, 갑자기 킬러문항을 배제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단은 학원 (전략에) 따라서 준비할 예정”이라고 했다.
또 다른 입시 전문학원은 변별력 유지를 위해 ‘킬러문항 밑 준킬러문항’이 늘 것으로 내다보면서 제한 시간 내에 실수 없이 빠르게 문제를 푸는 방법을 집중 훈련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이미 이를 위한 작업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수업 형태도 강의 형식에서 과외 형식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학생들 문제풀이를 꼼꼼히 점검해줘야 할 것 같다. 학부모들도 아이들을 개별적으로 돌봐달라고 요청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1대 1까진 어렵겠지만, 한 번에 수업 들어가는 인원이 10명 이내로 줄 것”이라며 “그러면 학원비는 더 오를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했다.
정부 발표 이후 대치동 학원가에는 수험생과 학부모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최상위권 재수생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치동의 한 의대 입시 전문학원 원장은 “어제 하루에만 서울대생 10명이 ‘재수를 해도 괜찮겠냐’고 문의해 왔다”며 “지난해 킬러문항에서 미끄러진 학생들이 준킬러문항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해 의대 진학을 위한 재수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현재 ‘타깃’이 된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정부 발표 파장에 대한 대응 전략을 마련 중이며 이런 대책이 가시화되면 중소형 학원들도 이를 따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 입시 전문가는 “사교육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 금방 대처를 해 새 상품을 내놓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사교육 카르텔’를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수능 출제위원 경력 인사 등이 대형 입시학원에 킬러문항을 고가에 판매하고, 이것이 이후 수험생들에게 유통되는 구조부터 우선 깨겠다는 것이다. 한 대형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치동에선 최상위권 아이들만 모아서 킬러문항을 판매하는 수업이 공공연히 있다”며 “지금같이 혼란한 상황에선 당분간 사교육 시장이 외려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김재환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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