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물수능 된다고? 진작 시행됐어야" [킬러문항 삭제가 어때서? ①]

박찬제 2023. 6. 20.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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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이른바 '공정한 수능'을 강조하며 '킬러 문항'(초고난이도 문제) 삭제 등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방침을 연일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물수능을 키운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수능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작 시행됐어야 할 정책"이라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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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공교육서 다루지 않은 내용, 수능서 배제…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 경감의 출발점"
재수생들 "학원비만 매달 100만원 넘어, 죄인된 기분…사교육 비용 지나쳐, 정부 생각 잘하고 있는 것"
학부모들 "왜 불수능 만들어 수능 포기하게 만드나…손도 못대는 문제들, 답 찍으러 수능장 보내나?"
"우리나라 수학, 어렵기가 거의 미친 수준…대부분의 학생들, 고등학교 가기도 전에 수포자 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이른바 '공정한 수능'을 강조하며 '킬러 문항'(초고난이도 문제) 삭제 등 '공교육 교과과정 밖 수능 출제 배제' 방침을 연일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의도인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물수능을 키운다'고 비판하고 있지만 정작 수능을 눈앞에 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진작 시행됐어야 할 정책"이라고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19일 교육당국 등에 따르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앞으로 공정한 수능이 되도록 공교육 과정 내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를 배제하겠다"며 "적정 난이도가 확보되도록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기 위한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교육부 수장으로서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경감의 출발점이자, 중요한 원칙은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시는 공정한 수능평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대입 국장인 이윤홍 인재정책기획관의 경질되고 이규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원장이 사임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3월부터 '공정한 수능'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졌다"며 "첫 번째로 실현해보는 시험이 6월 모의평가였고, 6월 모평에서 이같은 기조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이 기획관을 경질했다"고 말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올해 수능이 다섯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러운 방침 발표로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며 '물수능' 우려까지 하고 있다.


서울 노량진역 인근에 위치한 한 재수학원의 모습.ⓒ데일리안 박찬제 기자

정쟁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논란과는 상관없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노량진에서 만난 재수생 A(20) 씨는 "킬러문항을 없앤다고 확실히 사교육이 줄어들지는 모르겠다"면서도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 자체에는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작년 수능을 망치고 재수를 결심한 순간부터 집안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며 "학원비만 매달 100만원이 넘게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끔씩 '이 돈이면 차라리 대학에 갈 걸'이라는 생각도 한다. 학교에 다닐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재수를 해보니 사교육 비용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수생 B(20)씨 역시 "킬러문항 삭제로 말이 많은데, 사실 그 정도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를 노리는 학생들에게나 중요하지 나처럼 서울 안에 있는 대학만 노리는 학생들에게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종합재수학원까지 다니는 입장에서 사교육 경감을 찬성하는 게 우습기는 한데, 비싼 학원비를 생각하면 정부가 대단히 생각을 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C(42) 씨는 "같은 학교, 같은 동네 아이 엄마들이 너도나도 학원에 보내니 나도 불안하고 눈치가 보여서 보낼 수밖에 없더라"며 "정부가 사교육 바람을 좀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수능부터 당장 시행되면 고3 엄마들이나 수험생들이 조금 덜 힘들 것 같다"며 "결국 대통령 메시지가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 같은데, 해야 할 일은 빨리 해야 하지 않을까. 더 빨리 시행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 명 두고 목동에 살고 있는 50대 D씨는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수준의 수능을 보고 나서 서울대 등은 본고사를 한 번 더 봐 학생들을 뽑았으면 좋겠다. 소위 말해 명문대를 갈 사람들만 필요한 공부를 따로 더 하면 되는 것이다. 왜 불수능을 만들어 많은 아이들이 수능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가. 어지간한 애들은 아예 손도 못대는 수능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답 찍으러 수능장에 보내나.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우리나라 수학은 어렵기가 거의 미친 수준인 것 같다. 초등학생 때부터 이렇게까지 어려운 수학 문제를 도대체 왜 풀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수학 문제들이 아이들의 인생에 도대체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인가? 이러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가기도 전에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되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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