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365]‘당뇨병 대란’ 코앞,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최지우 기자 2023. 6. 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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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간 전 세계 당뇨병 치료법의 발전 양상을 정리한 연구 결과 한 편이 국제 유명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발표됐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얼마나 적용되고 있을까요? 연구를 주도한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를 만나 국내 당뇨병 관리 현주소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임수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당뇨병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 추세입니다. 국내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5만 명으로, 한국 성인의 16.7%에 달합니다. 그중에서도 20대를 비롯해 30~40대 젊은 당뇨병 환자의 증가폭이 매우 큽니다. 스마트폰, 컴퓨터 사용 등으로 좌식생활이 증가하고 신체활동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유병률 증가의 원인 중 하나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전체적으로 체질량지수가 높아지고 고도비만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20년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운동량은 현저히 감소하고 혈당 수치와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급격히 올라가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의료계에서는 향후 10~20년 내에 국내 당뇨병 환자가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합병증 발생 속도 증가, 진료 시간 감소, 의료비용 등의 문제가 가중돼 보건적,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 예측합니다.”

-관련해서 의학계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환자 중심의 맞춤형 치료로 당뇨병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예전에는 당뇨병 치료가 특정 약제 중심으로 진행됐다면, 이제 대한당뇨병학회, 미국당뇨병학회 모두 ‘환자’ 중심의 전인적 치료를 권고합니다. 당뇨병 환자의 췌장 기능, 인슐린 저항성, 합병증 유무 등을 파악한 뒤 개개인별 최적의 맞춤형 치료가 이뤄지는 추세입니다. 다양한 약제가 등장한 것도 여기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우리나라 임상 현장에 잘 반영되고 있나요?
“아직 갈 길이 남았습니다. 당뇨병 치료 관련 최신 지견이 나와도 치료법을 바꾸지 않는 ‘임상적 타성’이 문제입니다.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67%가 새로운 혈당강하요법에 대해 알고 있고 81.6%가 조기에 해당 요법을 시행하면 임상적 이점이 있음에 동의했음에도 46.1%가 해당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거나 매우 늦은 시기에 적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계 현실 상 짧은 진료시간, 많은 환자 수, 의료비 부담 등 복합적 요인이 임상적 타성을 초래합니다.”

-환자들은 어떤가요?
“대다수의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법을 적용하는 것에 부담을 느낍니다. 의료진이 적극적인 치료 변화를 꾀하더라도 진료 가이드를 따르지 않고 환자 스스로 혈당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는 환자 측면의 임상적 타성이라 볼 수 있는데요. 기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은 혈당 조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새로운 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등 변화가 필요한데, 이를 거부하는 환자들이 꽤 많습니다. 약이 추가·변화되는 것을 당뇨병 악화 신호로 받아들이거나 새로운 치료에 두려움을 갖기 때문입니다. 적절한 약물 치료 없이는 종국에는 혈당 개선이 더뎌집니다.”

-임상적 타성을 극복하려면?
“임상적 타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계나 환자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학제적 치료법을 활용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인데요. 한 자리에 의료진, 간호사, 약사, 영양사 등이 모여 환자 치료를 위해 협력하는 진료 형태를 말합니다. 환자의 편의가 보장되고 의료진의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이상적인 치료법입니다. 이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있긴 하지만, 여러 측면의 정보를 종합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때문에 당뇨병 치료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정부에서는 치료에 사용되는 당뇨병 신약 등을 환자들이 잘 쓸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등 노력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실제로 정부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적극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당뇨병 환자 스스로 해야 할 노력은?
“진정한 맞춤형 진료가 이뤄지려면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많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일상 속 혈당 수치, 식사, 운동 등을 열심히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채혈 방식의 혈당 측정이 까다롭다면, 연속혈당측정기를 이용해 혈당 흐름, 수치를 파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매 끼니는 식사 일지를 꼭 작성하세요. 개개인의 혈당 관리를 도와주는 어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와 있으니,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운동 역시 꼼꼼히 작성하는 게 좋은데요. 요즘 많이 사용하시는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것도 객관적 데이터 측정에 도움이 됩니다. 번거로울 수 있지만 더 정확한 데이터가 많이 누적될수록 맞춤형 치료와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20년 동안의 분석을 기반으로 바라본 당뇨병 치료의 미래는?
“국내외로 당뇨병 치료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들이 여럿 진행 중입니다. 환자의 합병증 유무, 유전적·환경적 요인 등의 정보를 입력해 최적의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의료 시스템입니다. 관련 국책 사업 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빠르면 5년 내로 해당 시스템이 정상 구축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당뇨병 치료약도 끊임없이 발전할 것입니다. 시중에 좋은 약이 많이 나와 있지만 아밀로이드 침착을 막는 약제는 아직 없습니다. 아밀로이드는 혈당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로 췌장에 침착되면 베타세포 기능을 떨어트려 당뇨병을 진행시키는 물질입니다. 이를 방지하는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끝으로, 당뇨병 환자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면?
“당뇨병은 진행하는 병이지만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예외적입니다. 조기 진단 후 혈당 관리, 체중 조절을 철저히 하면 2~3년 내에 관해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 약을 한 번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못 끊는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담당 의료진의 의료지침을 잘 따르고 평소 운동, 식생활 관리를 열심히 하면 당뇨병을 유의미하게 개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환자 중에 완치에 가까운 상태가 돼 약을 거의 안 드시거나 하나 정도로 조절 중이신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이러한 희망적인 사례들을 생각하면서 당뇨병 관리에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늘어난 유병률이 증명하듯 더 이상 당뇨병은 나와 상관없는 질환이 아닙니다. 당뇨병 예방적 차원에서라도 정기적으로 혈당을 검사하길 권합니다. 적어도 30대 이상이 되면 혈당 검사를 한 번씩 받으세요. 혈당이 정상일 경우 3년 뒤, 당뇨병 전 단계라면 1년 뒤에 다시 검진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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