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빠, 제가 운전할게요" EV9에선 운전석이 VIP석

편은지 2023. 6. 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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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운전 기사? EV9은 운전대 쟁탈전 부른다
장거리 주행엔 마사지, 고속 주행엔 허리 잡아주는 시트
널찍한 공간감은 기본… 2열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차캉스
더 기아 EV9 ⓒ기아

아무리 크기를 키우고 길이를 늘려도 차는 매번 공간에 아쉬움이 생긴다. 살 때는 만족하며 구매하면서도 타다 보면 '천장이 조금만 더 높았으면, 트렁크가 조금만 더 넓었으면, 다리를 더 뻗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아이들을 둔 아빠도, 캠핑과 낚시를 즐기는 싱글도 넓은 차를 선호하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공간을 중시하다보면 주머니에 여유가 있어도 선택지는 많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넓기만한 차를 사자니 운전자가 영 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수준에 그치는 운전석 편의 사양도 아쉬움을 키우는 요인이다. 카니발을 끄는 아빠가 주말에 여행만 갔다하면 운전대를 기자에게 넘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리라 본다. 넓은 공간감과 운전자의 즐거움은 공존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엔 카니발을 사자니 운전석이 아쉽고, 팰리세이드를 사자니 공간이 아쉬운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게 된다. 기아가 전 세계 최초로 내놓은 대형 전기 SUV, EV9을 통해서다. 기아가 EV9을 내놓으면서 가장 강조하는 점 역시도 운전자의 만족감에 있다.


EV9의 운전석엔 대체 무엇이 숨겨져있는 걸까. 국민 브랜드 기아가 내놓은 '비싼' 전기차는 과연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까. 지난 13일 EV9을 직접 시승해봤다. 시승모델은 6인승 릴렉션 시트가 적용된 어스 풀옵션 모델로, 가격은 9574만원이다.


EV9 외관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출시 전부터 사진을 통해 지겹도록 봐왔지만, EV9은 실제로 보면 또 한번 반하게 되는 그런 외모를 가졌다. 전면부 타이거 페이스 덕에 기아의 차라는 것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는데, 여기에 전반적으로 각진 실루엣과 큰 차체로 강인한 인상까지 자아낸다. 니로와 레이가 벌크업을 한 모습 같기도 하다. 도로 위에서 EV9을 마주친다면 시선을 오래 빼앗길 수 있으니 운전대를 꽉 잡을 필요가 있다.


EV9 측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큰 차체를 한 바퀴 돌다보니 여백이 많아 다소 심심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도 그럴 것이 EV9은 통상 자동차의 전면부 인상을 좌우하는 헤드램프가 정면에선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측면과 이어지는 사이드에 선의 형태로 배치됐다.


여기에 기존엔 그릴이 위치하던 타이거 페이스가 전기차인 탓에 매끈한 표면으로만 처리되면서 다소 밋밋한 인상을 준다. 취향에 따라 구독서비스를 통해 이 부분에 디지털 패턴 라이팅을 추가할 수 있는데, 평생 구독 가격이 18만원임을 고려하면 패턴 라이팅을 추가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EV9 후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후면으로 돌아서면 심플함은 전면부보다 더 크게 와닿는다. 전면 헤드램프처럼 후면에도 리어램프가 양쪽 끝으로 세로로 길게 치우치면서 후면 중앙엔 기아 엠블럼만 외로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야간엔 리어램프의 모양이 강조되면서 EV9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간감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운전석에 오르기 전 뒷좌석 문부터 열어 젖히자 한눈에 봐도 널찍한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2열 좌석에 앉아보니 천장까지의 헤드룸이 팰리세이드, 카니발 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천장도 천장이지만 바닥이 더 낮아졌는데, 이는 2열 시트 아래 위치했던 연료탱크를 없애며 플랫플로어를 구현한 덕분이다.


릴렉션시트가 적용된 EV9 2열 모습. 넓은 공간감을 자랑한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기존 내연기관차에선 마치 버리는 공간처럼 느껴졌던 3열 공간도 EV9에서는 매우 안락했다. 레그룸이 넉넉히 확보됐고, 3열 시트도 뒤로 일정 각도를 젖힐 수 있다. 꼭 사람을 태우기 위해 3열까지 있는 차를 구매하진 않지만, 혹시나 많은 사람을 태우는 상황이 생긴다 하더라도 3열에 앉는 승객에게 전혀 미안해할 필요가 없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마사지 기능이 제공되는 릴렉션 시트가 탑재된 모델이었는데, 허리, 엉덩이 등 다양한 부위에 다양한 강도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다. 아이들보다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기에 최적이다. 일반적인 안마의자를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수준이지만 움직이는 차량에서 이정도 기능이라면 꽤 훌륭하다.


황홀한 마사지를 즐기는 대가로 감수해야하는 아쉬운 점도 있다. 요추를 지지하는 기능 등으로 시트가 두꺼워진 탓에 2열 폴딩시 평평하게 접히는 '풀플랫'이 되지 않는다. 릴렉션시트가 아닌 스위블 시트, 일반시트 등을 선택하면 풀플랫이 가능하다고 하니 캠핑이나 공간 활용을 중시한다면 릴렉션 시트는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EV9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본격적으로 운전석에 앉아보니 널찍한 개방감과 한눈에 봐도 고급스럽게 마감된 인테리어에 또 한번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뒷좌석이 그냥 예고편이었다면 1열은 본편이다.


1열에서는 최첨단 기술을 통해 여유로운 공간을 구현했다는 느낌을 크게 받았는데, 공조 조절 패널을 디지털 계기판과 내비게이션 사이 남는 공간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계기판부터 내비게이션까지 하나로 길게 이어진 디스플레이가 다양한 기능으로 꽉꽉 차면서 더욱 최신의 느낌을 낸다. 터치식 공조조절이 불편할 이들을 위해 대시보드 하단에 간단하게 물리버튼을 배치한 것도 매우 사려깊다. 시동 버튼은 컬럼식 기어노브 속으로 들어가면서 내부의 깔끔함을 더해준다.


기아 EV9에 적용된 친환경 소재. ⓒ기아

특히 놀라운 것은 프리미엄이 느껴지는 소재와 마감이다. 친환경 소재가 대거 적용됐다고 해서 다소 저렴한 느낌을 내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내연기관에선 접할 수 없었던 편안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크러시패드, 도어, 콘솔에는 패브릭 소재는 따뜻한 느낌을 내고, 재활용 소재로 만든 천장 헤드라이닝도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소재가 주는 고급감은 대시보드에서 가장 극대화된다. EV9의 대시보드는 마치 질긴 한지를 붙여놓은 것 처럼 디자인됐는데,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부터 조수석까지 길게 이어지면서도 대시보드 안에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주요 버튼을 녹여버린 것이 특징이다.


EV9 대시보드 속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등 주요 버튼이 탑재돼 있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터치식일 것 처럼 생겼지만 꾹 눌러야 하는 버튼이 내장된 형태인데, 타깃층이 40-50대인 것을 감안해 어느정도 타협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적당한 수준의 물리버튼은 오히려 운전 중 기능 조작을 더욱 편리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듯 하다. 편리함에 고급스러움까지 더해지면서 괜스레 흐뭇한 마음이 든다.


운전하기 전부터 대접받는 듯한 느낌에 한껏 부푼 마음은 가속페달을 밟고 나서도 쭉 이어졌다. 큰 차체와 대용량 배터리로 인한 묵직한 몸뚱이가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승차감이다. 스티어링휠은 가볍게 세팅됐지만 속도를 높일 수록 무거워지면서 안정감을 준다.


패밀리카 답게 EV9의 주행감은 운전의 재미보다는 편안함과 안정감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방지턱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에서 큰 몸뚱이가 충격을 받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오히려 부드럽고 단단하게 걸러냈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탑재되지 않았음에도 셀프레벨라이저라는 신기술이 적용되면서 승차감을 대폭 향상시킨 덕이다.


터치식 공조 조절 패널이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사이에 배치된 모습.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고속도로로 진입하고부터는 EV9의 세심한 배려에 눈물이 앞을 가렸다. 시속 130km/h 이상 속도를 높이자 등 뒤에서 뭔가 꾸물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허리를 잡아주는 기능이 작동됐다. 드라이브모드를 컴포트에서 스포츠로 변경할 때도 같은 기능이 작동되며 허리를 잡아준다.


운전대를 잡고 30분 정도 지나니 '허리디스크 보호 모드를 작동합니다'라는 문구가 뜨면서 요추 마사지 기능도 자동으로 켜졌다. 안그래도 편안한 시트에 만족감을 느끼려던 차에 장거리로 허리가 굳을까봐 마사지까지 해주다니. 운전 기사로 전락한 아빠도 더 이상 뒷좌석에서 놀고 있을 아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인 HDA2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운전자의 어깨를 더욱 가볍게 만들어준다. 기존 HDA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반자율 주행 기능으로, 차선과 스티어링휠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것은 물론 방향지시등을 켜면 차선변경까지 알아서 척척 해낸다.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기만 하면 고속주행 상황에서는 거의 자율주행에 가까운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HDA2만으로도 충분히 편리한데, EV9부터는 기아 최초로 HDP도 탑재될 예정이다. HDP는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HDA2보다 더욱 고도화된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을 제공한다. 아직 인증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아 이날 시승차량에서는 경험해볼 수 없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구독 서비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2,3열을 폴딩한 후 트렁크를 연 모습. 공간이 매우 넉넉하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EV9은 누구 하나 아쉬울 것 없는 든든한 친구같은 차다. 그간 장거리 여행시 아빠의 운전 피로도를 덜어주기 위해 뒷좌석을 양보해야 했지만, EV9에서는 운전석을 차지하기 위한 앞자리 쟁탈전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 존재감있는 외관으로 챙기는 하차감은 덤이다.


시승을 마치고 차에서 내릴때는 이 차를 대체할 수 있는 그 어떤 브랜드도, 그 어떤 모델도 연상되지 않았다. 기아라는 브랜드가 그간 우리에게 제공한 다양한 선택지와 합리적인 가격이 이 차를 다소 비싸게 느끼도록 하지만, 그럼에도 EV9만이 줄 수 있는 가치는 매우 확실하다.


▲타깃

-여유있는 아빠의 모두를 위한 선택지

-뒷좌석 가족들 보다 운전석에서 더 폼나고 싶은 당신


▲주의할점

-아쉬울 것 없이 잘 만든 차, 그럼에도 아쉬운 가격

-브랜드 이름만 눈 감는다면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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