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신이셨다"…아산병원 의사 마지막길, 추모 나선 환자들
“2차 수술 후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저를 보면서 ‘너무 완벽하게 잘 되었다’고 말씀하시곤 씩씩하게 걸어가셨던 모습이 아직 생생합니다.”
지난 16일 교통사고로 별세한 고(故) 주석중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 대한 추모가 18일에도 이어졌다. 9년 전 대동맥류 수술을 받은 환자였다는 글쓴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고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처음 사고 소식을 접했을 때) 내 눈을 의심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랐다. 교수님께서 아픔 없는 곳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라고 애도했다.
병원 인근 10분 거리에 살며 온콜 대기
주 교수는 16일 오후 1시 20분쯤 서울아산병원 앞 아파트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해 전공의를 거쳐 1998년부터 아산병원에서 근무한 그는 대동맥 질환이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해 왔다. 응급 수술이 잦고 의사 인력이 많지 않은 전문 분야다. 평소 응급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병원 인근 10분 거리에 살며 진료가 없는 날에도 온콜(on-call, 긴급대기) 상태로 환자들을 돌봐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주 교수님이 저희 아버지 생명을 15년 더 연장해주셨다”는 추모 글을 올린 네티즌은 “2005년경 아버지가 대동맥류 심장질환으로 쓰러졌다. 당시 유일하게 수술이 가능했던 아산병원 주석중 교수님을 찾아가 응급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적었다. 그는 “매번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교수님을 보면서 내 눈에 살아있는 신은 예수님, 부처님이 아니라 주석중 교수님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지금까지 수백, 수천 명을 살렸고 앞으로도 수천 명을 살리셔야 할 분이 이렇게 떠나셨다는 것이 너무도 속상하다”고 애도했다.
동료들, 비통한 심경 전해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환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오전에 빈소를 찾은 한 환자는 유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병원 관계자는 “추모를 위해 조문을 해도 되는지를 묻는 환자들의 문의 전화가 걸려 온다”고 말했다.
주 교수가 담당하던 환자들의 진료와 관련해 병원 측은 “해당 과에 세부 전공이 같은 다른 교수들이 넘겨받을 계획”이라며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노환규 대한정맥통증학회 회장은 “국내 대동맥 수술의 수준을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린 ‘탁월하고 훌륭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해낼 수 없는 인재 중의 인재”라며 “하늘의 뜻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으로는 너무나 슬픈 일”이라고 애도했다. 송석원 이화여대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 교수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많은 기도 부탁드린다”라고 추모했다.
주 교수는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상임이사, 대동맥연구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0일이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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