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코리아"…우렁찬 떼창 퍼졌다, 브루노 마스가 홀린 10만명
가수와 관객, 9년간 쌓였던 쌍방의 에너지가 만나 한 번에 폭발했다. 세계적인 팝스타 브루노 마스(Bruno Mars·38)의 내한 공연에서다. 공연 첫날인 17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궈졌다.
무대 위로 터지는 폭죽을 뒤로하고 부르노 마스는 "안녕 코리아, 안녕 서울!"을 힘차게 외치며 등장했다. 5만 명의 관객들은 주경기장이 떠나갈 듯 큰 환호로 맞이했다. 첫 곡인 '24K 매직'(24K Magic)을 부른 뒤 "(지난 내한 공연 이후) 벌써 9년이 지났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며 한국 팬들에게 반가움을 표현했다. 이어 “오늘 밤 모두 같이 춤추고 노래하며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첫 내한이었던 지난 2014년 이후 9년 동안 그는 '팝스타'를 넘어 미국 그래미 어워드 15관왕에 빛나는, 명실상부한 '팝의 황제'로 성장했다. 굵직한 대표곡들 덕분이다. 프로듀서 마크 론슨과 함께한 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는 2015년 미국 빌보드 연말 차트 1위를 하며 2010년대 중후반을 휩쓸었다. 2016년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는 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를 펼친 이후, 그는 정규 3집 '24K 매직'을 발매했다. 이 앨범으로 2017년 AMA(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7관왕·2018년 그래미 본상(총 4개 부문) 3개 부문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번 공연은 지난 내한에선 볼 수 없었던 그의 대표곡 라이브 무대를 즐길 수 있는 기회였다. 1시간 반의 공연에서 그가 선보인 13곡 중 5곡이 3집 수록곡이었고, 앙코르곡 '업타운 펑크'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브루노 마스는 작곡과 가창력은 물론 춤, 연주, 퍼포먼스까지 섭렵하는 '올라운더'인 만큼 공연은 다채롭게 채워졌다. '피니스'(Finesse), '트레저'(Treasure) 등 흥겨운 댄스곡을 부를 땐 8명의 세션(연주) 멤버들과 한데 엉켜 발을 구르고 리듬을 타며 관객들을 휘어 잡았다.
R&B 댄스곡 ‘런어웨이 베이비’(Runaway Baby)를 부르면서는 "서울, 왜 이렇게 조용해? 그럼 우리도 조용해질 거야"라고 하며 음량을 줄이고 관객들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다가 확성기를 활용해 전자음 효과를 내는 등 결코 심심할 수 없는 무대를 만들었다.
반면, ‘웬 아이 워즈 유어 맨’(When I Was Your Man), ‘베르사체 온 더 플로어’(Versace on the Floor) 등 애절한 팝 발라드곡을 부를 땐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흥겹게 무대를 즐기던 5만 명의 관객이 동시에 숨을 죽이고, 그의 숨소리조차 놓치기 싫다는 듯 감미로운 보컬에 귀를 기울였다.
공연 후반에는 즉석에서 피아노를 치며 제한된 공연 시간 안에 담지 못했던 여섯 개의 명곡들을 짤막하게 들려줬다. 앤더슨 팩과 그가 함께 결성한 R&B 그룹 '실크 소닉'의 대표곡 '리브 더 도어 오픈'(Leave the Door Open)을 비롯해 '그러네이드'(Grenade), ‘토킹 투 더 문’(Talking To The Moon) 등이 이어졌다. “내 인생을 바꿨다”는 소개와 함께 부른 '낫싱 온 유'(Nothing on You) 첫 소절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2010년 미국 래퍼 비오비(B.o.B)가 부른 이 곡을 작곡하고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그는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한국 팬들을 위한 무대 매너도 틈틈이 선보였다. 우렁찬 떼창을 끌어낸 그의 대표곡 '메리 유'(Marry You) 무대에선 "헤이, 서울"을 외쳤고, '콜링 올 마이 러블리즈'(Calling All My Lovelies)에선 노래 가사를 한국말 '보고 싶어'로 바꿔 불러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 곡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를 부를 땐 폭발하는 떼창에 "사랑해요"라고 외치며 손 키스, 손가락 하트 등을 날렸다. 이후 앙코르곡 '업타운 펑크'의 레트로풍 전주가 퍼지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붉은 빛 조명 속에서 세션 멤버들과 줄 맞춰 춤을 췄고, 관객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무대가 끝나고도 한동안 화려한 불꽃 쇼가 이어져 관객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여운을 즐겼다.
브루노 마스의 이번 내한은 현대카드 콘서트 브랜드 '슈퍼콘서트'의 27번째 공연으로 마련됐다. 17~18일 양일에 걸쳐 10만 명 규모로 열렸는데, 1만여명이 즐겼던 9년 전 첫 내한 때보다 10배 가량 커진 규모다. 예매 전쟁은 치열했다. 첫날 공연은 45분 만에, 둘째 날 공연은 25분 만에 매진되면서 온라인에선 티켓 정가를 훌쩍 넘는 가격에 재판매하는 암표가 기승을 부리기도 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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