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괴담' 여기도 난리났다…천일염값 두달새 3배 껑충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 4만6200㎡(약 1만4000평) 면적의 염전에서 작업자 2명이 천일염을 모으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염전용 밀대인 ‘대파’를 이용해 소금을 모은 뒤 수레에 실어 나르느라 연신 땀방울을 훔쳤다.
염전 관리부장인 김광호(63)씨는 “올해 유난히 비가 자주 온 데다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우려가 겹쳐 소금값이 뛰고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며 “우리 염전은 육지에 큰 창고가 있어 덜하지만 벌써부터 창고가 빈 염전이 많다”고 말했다. 신안에서는 전국 천일염의 80%인 연간 20만톤의 소금이 생산된다.
천일염 20㎏에 3만원…‘오염수 방류’ 우려에 금값
16일 신안군 등에 따르면 이날 천일염 20㎏ 한 포대가 3만8000원에 배송됐다. 택배비 6000원을 빼더라도 포대당 소금값이 최대 3만2000원까지 올랐다.
신안산 천일염은 지난 4월 1만2000원대에서 이달 초 1만9000원까지 올랐고, 이후로도 계속 값이 뛰고 있다. 신안군수협은 지난 8일 2021년산 천일염(20㎏) 배송가를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올리기도 했다.
텅 빈 소금 창고…전국 마트도 ‘품귀현상’
염전 직원인 정민철(62·신안군)씨는 “올해 소금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대량 주문이 쏟아지자 값이 뛴 것”이라며 “일부 염전들이 추가로 값이 뛸 것에 대비해 출하량을 줄인 것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금이 방사능에 노출?”…대량 구매행렬
2011년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일부 식당업주는 물론이고 가정주부들까지 신안을 찾아가 천일염을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부 최모(45·나주시)씨는 “이웃들로부터 ‘평생 먹을 소금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며 “급한대로 지인들과 함께 염전을 찾아가 천일염 3~4포대씩을 사 왔다”고 말했다.
염전들 “품귀 아니다”…사재기 자재 당부
현재 신안 농협에서는 품질관리를 위해 간수가 제거된 2021년산, 2022년산 천일염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배송 지연은 주문 폭주 외에도 양파·마늘 수매 일정과 천일염 출하 업무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일염 생산자들은 “올해 햇소금을 본격 매입할 오는 7월까지는 소금값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하탑염전 유억근 회장은 “지난 6년간 20㎏ 한 포대에 5000원까지 떨어졌던 소금값이 최근 2만원대로 올라서면서 가격 폭등 논란이 나온 것 같다”며 “택배 주문이 늘어나 배송이 지연되고 있을 뿐 재고 부족이나 실질적인 가격 폭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12년간 피해 제로(0)…천일염 안전”
송 차관은 “개인 직거래 물량이 지난달보다 2배~5배까지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이라고 했다. 천일염 직거래 물량이 늘어났지만, 전체 천일염 수급과 산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국내산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그는 “7월부터 연말까지 염전 방사능 검사 대상을 150개소로 확대하겠다”며 “이미 생산돼 보관하고 있는 천일염도 출고 시점에 방사능 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전 폐업 급증…10년새 5분의 1 문 닫아
이번 소금값 급등이 염전업계에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산 소금값이 오르면 값싼 중국산과 정제염 등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어서다. 신안군 관계자는 “소금값 상승은 일시적으로 천일염업계에 이익을 줄 순 있으나 잠재적인 악재도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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