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괴담' 여기도 난리났다…천일염값 두달새 3배 껑충

최경호 2023. 6. 17. 05: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 4만6200㎡(약 1만4000평) 면적의 염전에서 작업자 2명이 천일염을 모으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염전용 밀대인 ‘대파’를 이용해 소금을 모은 뒤 수레에 실어 나르느라 연신 땀방울을 훔쳤다.

염전 관리부장인 김광호(63)씨는 “올해 유난히 비가 자주 온 데다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른 우려가 겹쳐 소금값이 뛰고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며 “우리 염전은 육지에 큰 창고가 있어 덜하지만 벌써부터 창고가 빈 염전이 많다”고 말했다. 신안에서는 전국 천일염의 80%인 연간 20만톤의 소금이 생산된다.


천일염 20㎏에 3만원…‘오염수 방류’ 우려에 금값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에서 작업자들이 천일염을 만들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가운데 최근 천일염을 사고자 하는 식당 업주와 가정 주부들도 염전을 찾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다. 프리랜서 장정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천일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올해 초 기상악화로 천일염 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오염수 방류를 의식한 소금 주문이 쇄도해서다.

16일 신안군 등에 따르면 이날 천일염 20㎏ 한 포대가 3만8000원에 배송됐다. 택배비 6000원을 빼더라도 포대당 소금값이 최대 3만2000원까지 올랐다.

신안산 천일염은 지난 4월 1만2000원대에서 이달 초 1만9000원까지 올랐고, 이후로도 계속 값이 뛰고 있다. 신안군수협은 지난 8일 2021년산 천일염(20㎏) 배송가를 2만5000원에서 3만원으로 20% 올리기도 했다.


텅 빈 소금 창고…전국 마트도 ‘품귀현상’


지난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증도면 한 염전 창고가 비어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천일염을 사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신안군 천일염 생산자들은 일부 주문폭주와 물류 차질이 겹쳐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측면은 있지만 산지에 소금이 동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소금값 상승과 수요 폭주가 맞물리자 주문대란 현상이 빚어졌다. 최대 천일염 산지인 신안에서까지 염전 내 소금 창고 중 빈 곳이 속출할 정도다. 서울과 대전·대구·제주 등의 대형마트에서는 진열장 내 소금 품귀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염전 직원인 정민철(62·신안군)씨는 “올해 소금 생산량이 2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대량 주문이 쏟아지자 값이 뛴 것”이라며 “일부 염전들이 추가로 값이 뛸 것에 대비해 출하량을 줄인 것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금이 방사능에 노출?”…대량 구매행렬


지난 14일 오전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 대형마트에서 주부가 비어있는 소금 진열대를 바라보며 신중히 소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천일염 주문 폭주는 방사능에 노출된 소금을 먹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이같은 현상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2011년에도 한차례 나타났었다. 마하탑염전 대표인 유억근(70) 회장은 “그때는 아직 마르지 않아 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의 천일염도 포대당 2만원씩 주고 사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2011년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들어 일부 식당업주는 물론이고 가정주부들까지 신안을 찾아가 천일염을 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주부 최모(45·나주시)씨는 “이웃들로부터 ‘평생 먹을 소금을 사놔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히 들었다”며 “급한대로 지인들과 함께 염전을 찾아가 천일염 3~4포대씩을 사 왔다”고 말했다.


염전들 “품귀 아니다”…사재기 자재 당부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에서 작업자들이 천일염을 만들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금 대란’ 논란에 염전 관계자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신안천일염생산자연합회 등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신안 천일염은 품귀 상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근 주문 폭주와 물류사 사정 등이 겹쳤을 뿐 소금이 없지 않다는 취지다.

현재 신안 농협에서는 품질관리를 위해 간수가 제거된 2021년산, 2022년산 천일염을 판매하고 있다. 최근 배송 지연은 주문 폭주 외에도 양파·마늘 수매 일정과 천일염 출하 업무가 겹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천일염 생산자들은 “올해 햇소금을 본격 매입할 오는 7월까지는 소금값을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하탑염전 유억근 회장은 “지난 6년간 20㎏ 한 포대에 5000원까지 떨어졌던 소금값이 최근 2만원대로 올라서면서 가격 폭등 논란이 나온 것 같다”며 “택배 주문이 늘어나 배송이 지연되고 있을 뿐 재고 부족이나 실질적인 가격 폭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 “12년간 피해 제로(0)…천일염 안전”


지난 6일 오후 전남 신안군 마하탑염전에서 유억근 대표가 천일염을 손에 들어보이고 있다. 유 대표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천임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한차례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은 지난 15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브리핑에서 “현장을 확인한 결과 가공·유통업계 차원에서 발생하는 천일염 사재기 징후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송 차관은 “개인 직거래 물량이 지난달보다 2배~5배까지 증가했지만, 이는 전체 거래량의 7∼8% 수준”이라고 했다. 천일염 직거래 물량이 늘어났지만, 전체 천일염 수급과 산지 가격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서는 “국내산 천일염은 안전하다”고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천일염 방사능 검사를 286회 실시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점도 강조했다. 그는 “7월부터 연말까지 염전 방사능 검사 대상을 150개소로 확대하겠다”며 “이미 생산돼 보관하고 있는 천일염도 출고 시점에 방사능 검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전 폐업 급증…10년새 5분의 1 문 닫아


지난 6일 전남 신안군의 폐업 염전이 태양광 설비로 바뀐 모습. 신안에서는 2012년 염전 면적이 2662㏊에서 지난해 2171㏊로 18%(491㏊) 줄었고, 이중 449㏊에 태양광 설비가 들어섰다. 프리랜서 장정필
단기적으로 수급이 꼬인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염전 면적이 줄어든 것이 소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신안군만 해도 염전 면적이 2012년 2662㏊에서 지난해 2171㏊로 18%(491㏊) 줄었다. 같은 기간 천일염 생산량도 23만톤 이상에서 20만톤대로 떨어졌다. 최근 10년 새 천일염값 하락으로 폐업한 염전 대부분은 태양광 설비(449㏊)로 바뀐 상황이다.

이번 소금값 급등이 염전업계에도 반가운 일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산 소금값이 오르면 값싼 중국산과 정제염 등이 국내시장을 잠식할 우려가 있어서다. 신안군 관계자는 “소금값 상승은 일시적으로 천일염업계에 이익을 줄 순 있으나 잠재적인 악재도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안=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