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술술술 축제' 취한다…"1급 발암물질, 시대착오적" 지적도
강원 원주시는 지난달 26일 우산동 생태하천 옆에서 ‘원주 하이볼축제’를 시작했다. 이달 30일까지 매주 금요일 찾아온다. 하이볼은 위스키나 브랜디, 고급 소주에 탄산수 등을 섞은 주류다. 이것저것 취향 따라 섞는 재미에 상대적으로 낮은 알코올 도수까지 더해져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 통칭)에게 인기다.
원주 축제에선 다양한 하이볼을 만날 수 있다. 지역 상인회가 판매하는 수제 닭고기꼬치, 메밀 부침개 등 다양한 안줏거리도 판매한다. 버스킹·힙합·5인조 오케스트라 공연까지 더해져 흥을 돋운다고 한다. 원주시 기획은 적중했다. 지난 2일 축제장 테이블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통행로에도 인파가 가득했다. 하이볼을 손에 든 관광객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지역경제 활성화한다지만
‘술’이 주인공인 지역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관광객을 끌어모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단 취지지만 주민건강 증진에 힘써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술 축제를 여는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 군산시는 16~18일 사흘간 근대역사박물관 주변에서 ‘수제 맥주 & 블루스 페스티벌’을 연다. 국내 유일 지역농산물(맥아)로 만든 수제 맥주 축제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해 축제장엔 1만6700여명이 찾았다. 올해도 순항할 것으로 예상한다. 군산시 관계자는 “페스티벌이 지역 내 (수제맥주 생산) 기업과 소상공인의 동반성장은 물론 군산 맥아 판로 확대에도 보탬이 될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경북 경주시 보문관광단지에선 ‘술술 페스티벌’도 열린다. 수제 맥주와 전통주 브루어리(양조장) 17곳이 참가해 100여종의 주류를 선보인다. 안줏거리와 아이들 간식으로도 인기인 닭강정·케밥·소시지 등을 푸드트럭에서 판다. 밴드와 디제잉(EDM) 공연도 준비했다.
지자체들 줄줄이 술 축제 열어
벌써 수제맥주 행사를 끝내거나 ‘비어 페스타 광주’, ‘대구 치맥페스티벌’ 등 8월 축제를 앞둔 지자체들도 있다. 대구가 대표적이다. 8월 30일~9월 3일 달서구 두류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대구는 치킨 ‘성지’로 불린다. 국내 대표 치킨 브랜드가 대구에서 시작되면서다. 치맥(치킨+맥주) 인기에 착안해 2013년 치맥페스티벌을 처음 시작했다. 당시 대구시는 “전국적인 여름 축제로 성장시켜 식품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축제 인기는 대단했다. 코로나19 창궐 전엔 매년 100만명가량이 다녀갔을 정도다.
술 '1급 발암물질'인데...
이런 ‘술 축제’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국립암센터 측에 따르면 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마실수록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1급엔 방사선 물질 라돈이나 석면가루가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음주에 관대한 편이다. ‘약간의 음주는 오히려 건강에 이롭다’는 통설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 적정 음주량은 ‘0잔’으로 결론 내려졌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지난해 세계심장연맹(WHF)은 심장 건강과 관련해 ‘어떤 수준의 알코올도 안전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건강한 술은 없단 의미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지역축제라면, 행복·건강 등이 넘쳐야 하는데 1급 발암물질 술로 축제한다는 게 맞지 않는다”며 “지역마다 강과 산이 있다. 얼마든지 건강 친화적인 축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발암 물질을 마시는 캠페인은 시대착오적이다. 지자체에서 음주를 권장해서 되겠나”라며 “더욱이 술 관련 축제에선 사고 위험도 높다.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민욱·백경서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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