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이 힘 실어준 노란봉투법…용산만 바라보는 재계

박영국 2023. 6. 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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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현대차 불법파업 대법 판결 빌미 "노란봉투법 입법 속도 내라"
고용부 "대법 판결 노란봉투법과 무관"…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지 남아
김득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장과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2009년 옥쇄파업 당시 쌍용차지부장)등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쌍용자동차가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쌍용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1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상고심에서 노조가 사측에 33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뉴시스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불법파업에 가담한 노조원 손해배상 책임을 개별로 입증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한 대법원의 판결이 잇달아 나오면서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키는 판례가 나온 것도 문제지만, 이 판결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2, 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도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16일 재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이뤄진 대법 판결로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노동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입법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노동계는 전날 대법 판결에 대해 환영 입장을 표하면서 노란봉투법 입법에 속도를 낼 것을 국회에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쟁의행위로 인한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고, 무분별한 고정비 손해배상청구에 제동을 걸었으며, 쟁의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엄격히 판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향후 대법원이 헌법상 노동3권 보장 취지를 충분히 살려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한 것으로, 오늘의 대법원 판결에 따라 향후 쟁의행위시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나 고정비용 손해배상청구가 일정하게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은 적극적으로 제한될 수 있고,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시해 이와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국회를 향해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이지 말고 본회의에 상정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신속하게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역시 성명을 내고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범위가 헌법상 노동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쟁의행위에 대한 사측의 묻지마식 손해배상 청구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판결로, 현재 국회 본회의 문턱에 계류돼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은 입장문을 내고 대법 판결이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경감시켜 노조의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산업현장의 불확실성을 확대해 기업 국내투자 위축 등 국가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란봉투법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입법 과정에서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노조 불법행위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판례가 나온 것만으로도 큰 타격인데, 이를 빌미로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까지 밀어붙이는 것은 산업현장을 노조의 불법파업이 판치는 난장판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24일 민주당과 정의당의 직회부로 인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상태다. 국회 의석수를 감안하면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이다.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뿐이지만, 대법 판결로 거부권 행사에도 부담이 더 커졌다.


다만 재계는 정부가 이번 대법 판결과 노란봉투법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는 데 희망을 걸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전날 대법 판결에 대한 설명자료를 내고 “현대차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노조법 제3조 2항 개정안의 연대책임을 부인하는 내용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해당 판결은 불법행위자 책임 비율을 제한할 경우 ‘단체인 노조’와 ‘개별 조합원’을 구분해 개별 조합원의 책임 비율을 낮게 정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부진정 연대책임’의 특별한 예외를 인정해 불법행위자 개별로 손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노조법 개정안 내용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진정 연대책임은 채무자 여러 명이 각각 독립적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채무를 변제할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재계 관계자는 고용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이번 대법 판결이 정부와 여당의 노란봉투법 저지 입장에 영향을 주지 않음을 확인한 것”이라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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