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방송 장악?’, 친윤(親尹) 아닌 공정 보도면 성공 [정기수 칼럼]
시청료 분리 징수 강행, KBS 백기 초읽기
김의철의 사장직(職) 거래 시도 가소로워
민노총 노영 방송 MBC는 민영화가 정답
윤석열은 방송 장악을 서두르지 않았다.
서두를 수 없었다고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과거 진보좌파와 보수우파가 번갈아 정권 교체하면서, 소위 ‘공영 방송’들은 정권의 전리품으로서 속속 접수돼 새 주군을 위한 나팔수로 변신했었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은 불운했다. 서너 차례 장악의 악순환을 거치면서 이들 방송의 ‘내성’이 강해져, 급기야 전 정권들 방식으로 요리를 쉽게 할 수 없는 억센 재료들로 변했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득세, 좌우 대결에서 좌파의 결집력과 투쟁력이 우위에 있는 환경이 굳어져 한바탕 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섣불리 장악 시도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 방송이라는 기관들이 이렇게, 정권과 관계없이 언제나 반(反)보수, 종북 좌파 진영 방송을 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는 통제 불능의 괴물이 되어 버렸다.
반 보수우파, 가짜 뉴스 선동의 대명사 김어준을 내보낸 TBS가 이번 주 초 그동안의 편파 방송에 대한 사과를 한 것은 윤석열표 방송 장악의 청신호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방송이 절반의 시민들만 환호하고 나머지 절반은 귀를 닫고 싶은 방송만을 해대다 이제 ‘공정’과 ‘지역’으로 돌아간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 정상화 출발은 서울시장 오세훈의 ‘업적’이다. 그러나 그는 박원순의 성추행 자살과 검찰총장 윤석열이 일으킨 조국 사태로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고, 윤석열의 당선 후에 한 달 뒤 치러진 지방 선거 승리로 서울시의회를 장악, TBS에 메스를 가할 수 있었으므로 그것은 윤석열의 TBS 수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정치적 편파 논란으로 공영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하며 시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시사에 편중된 정치 채널에서, 시민의 삶을 위한 종합 채널로 변화하겠다. 임직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당분간 시사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겠다.”
오세훈이 이 방송 사장 하나는 잘 골랐다. 정계나 학계가 아닌, 동문(고려대 법대) 출신의 SBS FM과 광고 영업을 성공시킨 책임프로듀서(CP), 경영 간부를 들였다. 4개월 전 TBS에 ‘진주((進駐)’한 정태익은 순조롭게 주어진 사명을 추진하고 있다.
정태익이 제시하는 ‘공정’과 ‘지역’이 서울시 출연금을 받는 TBS가 가야 할 옳은 길이다. 출·퇴근 시간대 음악이나 예능, 인문과학 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 25개 구와 426개 동 중심 지역 이슈 밀착 취재, 재난 발생 시 선제적이고 즉각적인 재난방송의 역할 등이다.
서울 시내 운전을 하며 이런 방송을 듣는다면 얼마나 평화로울 것인가? 이것이 바로 공영 방송이다. 정치적인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으로 방송하면 된다. 그것이 대다수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지역 공영 방송의 뉴스이고 토론이고 해설이다.
정태익이 잡은 방향대로 TBS가 ‘정속 주행’을 하게 된다면, 서울시의회가 결정한 서울시 출연금 중단이 수정되는 날이 빨리 오게 될 것이다. 재원이 탄탄해야 공정 방송도 가능하다는 걸 윤석열과 오세훈 정부는 모르지 않는다.
TBS는 김어준과 몇몇 진행자가 편파의 주범이었으나 KBS와 MBC는 기자들과 앵커, 보도국 간부들이 거의 모두 반윤석열, 친 민주당으로 기울어져 있고, 전국 도시들과 산간벽지 국민 여론을 주도해 더 오래 방치하기 어렵다.
윤석열은 취임 이후 1년 1개월 동안 준비하며 기다려 왔다. 그 첫 작업이 KBS 시청료 분리 징수다. 대통령실의 여론조사라 믿을 수 없다고 반윤석열 쪽에서는 말하고 싶을 것이지만, 96.5%가 강제 징수에 반대한다는 건 KBS 사람들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날이면 날마다 대통령과 부인 비난하고, 야당의 범죄 혐의나 추태는 감싸는 보도를 하는 채널을 아예 보지도 않는데, 전기 요금과 함께 매월 2500원을 자동으로 바치는 제도는 없애야 한다는 게 여론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KBS는 이 강제 징수로 거두는 연간 7000억원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 백기 들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해야만 한다. 연봉 1억원 이상 사원들이 절반 넘고, 그중에는 무보직자도 많다는 KBS다. 국민 돈으로 이렇게 방송하며 이렇게 놀고먹을 수는 없다.
이런 판에 문재인이 심어 놓고 간 사장이란 사람(김의철)이 하는 수작은 시청료 강제 납부자들의 분노와 실소를 사서 받는 것이었다. 가소롭다.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를 철회하면 사퇴하겠다. 전임 정권에서 사장이 된 저 때문이라면, 직을 내려놓겠다. 공영 방송 근간을 흔드는 권고를 즉각 철회해 달라. KBS 발전 방향을 위한 대통령 면담을 정식 요청한다.”
공영 방송의 근간은 윤석열이 훼손하는 게 아니고 자기들이 이미 하고 있었다. 반대 진영 여성 앵커가 민노총에 유리한 내용으로 자기 멋대로 기사를 고치고 추가해서 읽는 짓거리가 공영 근간 훼손 아니면 뭔가?
KBS와 함께 자막 조작 방송 MBC도 방통위 진용이 새로 꾸려지면 대대적인 인사 개편과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이다. 이 ‘공영 방송’은 원래대로 민영으로 돌아가 사기업의 통제를 받아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그동안 공영이라는 허울 보호 아래 자기들 맘대로 잘 살았다.
방송 장악을 오래 참아 온 윤석열은 이제부턴 해야만 하고, 하게 될 것이다. 이명박-박근혜처럼 자기편 찬양과 옹호하는 방송 대신 중립적인 공정 방송을 위한 ‘장악’을 한다면 국민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지상파 방송이 중립만 지켜도 윤석열 지지율은 50%를 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글/ 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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