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죄가 ‘있었다’ [편집장 레터]

김소연 매경이코노미 기자(sky6592@mk.co.kr) 2023. 6. 1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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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가로막는 규제의 대명사 ‘붉은 깃발법’ 대신 ‘타다’ 될 판
4년 만에 ‘타다’ 무죄 결정났음에도 비슷한 사례 여전히 많아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65년, 영국 정부는 증기 자동차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마부들을 위해 ‘붉은 깃발법’을 만듭니다. 자동차 1대에 무조건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를 둬야 하고 도심에서 최고 속도를 시속 3㎞로 제한했죠. 말보다 빠르면 안 되니까요. 기수가 탄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가 따라가야 한다는 내용 때문에 ‘붉은 깃발법’으로 불렸습니다. 붉은 깃발법은 30년간 영국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켜줬지만, 증기 자동차를 처음 만든 영국은 자동차 산업 주도권을 미국과 독일 등에 넘겨주게 됩니다. 이후 ‘붉은 깃발법’은 혁신을 가로막는 시대착오적인 규제를 의미하는 단어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붉은 깃발법’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단어는 ‘타다’입니다. “혁신은 죄가 없다”지만 지난 4년 동안 혁신은 죄가 있었습니다. ‘타다’가 새로운 택시 시스템으로 각광받자 기존 택시 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검찰은 타다 경영진을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죠(2019년 10월). 2023년 6월 1일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지만 그사이 타다는 영업을 그만뒀고, 서비스를 다시 시작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1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이 논의되고, 일사천리로 통과됐기 때문이죠.

‘타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타다 모델’은 살아남아 있습니다. 타다 금지법 이후 국토부는 새로운 혁신 택시 모델을 도입했습니다. 현재 정부는 세 종류의 혁신 택시 운송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택시 면허 없이 렌터카를 빌려 운송 서비스를 하는 ‘타입1’ ▲기존 택시 회사를 인수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입2’ ▲카카오택시처럼 플랫폼 사업을 하는 ‘타입3’로 나뉘어집니다. 이 중 타입1이 바로 ‘타다’와 거의 유사한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타다’는 죄가 없지만 ‘타다’ 유사 서비스는 여전히 붉은 깃발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타다의 유사 모델 타입1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타입1의 파파모빌리티, 레인포컴퍼니, 코액터스 3사는 정부에 줄기차게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파파모빌리티와 코액터스는 각각 100대, 레인포컴퍼니는 220대까지만 운행을 허용한 채 증차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죠.

업계의 증차 요구에 국토교통부는 “검토 중”이란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관계자들은 “왜 증차가 안 되는지 어떤 설명도 없다”며 분통만 터뜨리지만 메아리 없는 외침일 뿐입니다.

그뿐인가요. 파파모빌리티는 지난해 7월 티머니와 업무협약(MOU) 체결 하루 만에 택시업계 항의로 협약을 파기당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파파모빌리티는 일반 택시도 아닙니다. ‘장애인, 노인, 여성과 어린이 등 교통 약자를 위한 편안한 이동과 에스코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탄생한 모빌리티 스타트업이죠.

이들 외에도 로톡, 강남언니, 삼쩜삼, 닥터나우, 직방 등 혁신과 기득권의 싸움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 ‘스페셜리포트-타다 무죄로 본 고난의 新사업’ 편에서 만나보시길요(p.46~50).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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