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바닥 논란 대해부…반등의 서막 vs 데드캣 바운스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3. 6. 14.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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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거래 월 3000건 ‘반등’
대출 부담 줄어 2030 매수세 확산

3185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아파트 거래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한 달간 거래량은 835건으로 1000건에도 한참 못 미쳤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1월 거래량이 1417건으로 늘더니 2월(2458건)에는 2배가량 치솟았다. 이후에도 3월 2983건, 4월 3185건으로 매달 급증하는 분위기다. 4월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8월(4065건) 이후 최대 규모다.

거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매매가도 연일 상승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양파라곤’ 전용 224㎡는 최근 68억원에 실거래됐다. 2017년 12월 매매가(36억원)와 비교하면 2배가량 뛴 가격이다. ‘청담래미안로이뷰’ 전용 110㎡도 지난해 5월 37억3000만원이었던 매매가가 그해 8월 28억2000만원까지 급락했지만, 올 4월 38억원에 주인을 찾으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비강남권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광진구 구의동 ‘래미안파크스위트’ 전용 59㎡ 매매가는 올 1월 8억4700만원에서 5월 10억2000만원으로 네 달 만에 2억원가량 뛰었다. 마포구 대장주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5월에만 16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올해 신고된 거래(41건) 중 40%가량이 5월에 이뤄지면서 거래가 급반등하는 양상이다.

급기야 서울 아파트 ‘상승 거래’가 ‘하락 거래’를 넘어섰다는 통계도 나왔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 4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 상승 거래 비중은 46.1%로 하락 거래(39.51%)보다 높았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만에 상승 거래 비중이 하락 거래 비중을 역전한 셈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더라도 거래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운데 매매가, 거래량이 동반 상승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징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분양 시장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1∼5월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 2만6680가구에 18만5691명의 1순위 청약자가 몰려 청약 경쟁률이 평균 7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1순위 평균 경쟁률이 3.8 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8배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지난해 하반기 5.8 대 1에서 올해 들어 49.8 대 1로 9배가량 올랐다.

일례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일반분양 98가구 모집에 1순위 청약자 1만9478명이 몰려 1순위 경쟁률이 무려 198.8 대 1을 기록했다. 경기도 광명 ‘자이더샵포레나’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10억원을 넘었음에도 1순위 청약에서 10 대 1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아파트 매수세가 늘어난 것은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정부가 대출, 세금, 청약 등 부동산 규제를 대거 완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 배제하고, 종합부동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내려 세금 부담을 줄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인하해 1가구 1주택자는 물론이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까지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주택 매수 걸림돌이었던 대출 규제도 대거 풀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 최대 6억원까지 대출을 허용했다. 규제지역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도 가능하도록 해 강남권 등 인기 지역 진입장벽을 낮췄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기준도 분양가 9억원 이하에서 12억원 이하로 상향 조정했다. 덕분에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실수요자 매수 부담이 완화된 점도 바닥론에 영향을 미쳤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7조6122억원으로 4월 말(677조4691억원)보다 1431억원 늘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늘어난 것은 2021년 12월(3649억원 증가) 이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체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 역시 올 3월 1049조9488억원에서 4월 1052조2555억원으로 2조원 이상 증가해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반등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한때 5%를 넘어섰던 시중은행 평균 대출 금리가 3%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 6월 2일 기준)는 연 3.91~6.987% 수준이다.

덕분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젊은 층까지 주택 매수세에 적극 뛰어드는 양상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20~30대의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1월 5326건에서 2월 1만14건, 3월 1만2226건으로 매월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봐도 3월 1161건으로 지난해 3월(503건)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가 늘고 매매가가 뛰면서 ‘집값 바닥론’이 확산되는 중이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전경. (윤관식 기자)
4월 서울 거래량 3185건으로 늘어

규제 완화 효과에 대출 금리 안정

한편에서는 아직까지 집값 바닥을 논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잖다. 거래량이 회복된 것은 급매물이 쏟아진 데 따른 ‘반발 매수’일 뿐 여전히 과거 호황기 거래량에 못 미치고, 수억원씩 떨어진 실거래 사례도 속출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대장주로 손꼽히는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는 지난 5월 18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해 2월 최고가(25억4000만원)보다 7억원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 심리도 완전히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기준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78.4다. 올 초(64.1)보다는 큰 폭으로 올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밑돈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보다 팔려는 집주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미분양이 넘쳐나면서 지방 분양 시장에는 여전히 찬바람이 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1365가구로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6만2000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머지않아 10만가구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8716가구로, 2021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대치다.

깡통전세, 역전세 대란 우려가 큰 점도 불안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잔존 전세 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가구)에서 올 4월 8.3%(16만3000가구)로 3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2배 늘었다. 역전세난으로 세입자를 제때 구하지 못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급매물을 내놓으면 집값 하락세에 불을 댕길 수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여전한 데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은 점도 무시 못할 변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금리 효과가 오래가기 때문에 아직 전체적인 반등으로 돌아섰다고 말하기 이르다. 전국 집값이 평균적으로 좀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는 “미국이 금리를 다시 올리면 우리도 대출 금리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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