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8조 조달 급한 불 껐지만…年 수익 3400억 보장 괜찮나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3. 6. 1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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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 자회사인 SK온을 압박하던 수율(收率·정상품 비율)과 재무적 이슈가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다. 전방위적인 자금 조달로 ‘급한 불은 껐다’는 게 시장과 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대규모 설비 투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무리한 조건을 덜컥 수용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 섞인 시선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6개월 만에 8조원 조달

수율도 점차 회복세

SK온과 2차전지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약 8조1700억원가량 자금을 확보했다. 유상증자로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 1조2000억원 ▲MBK컨소시엄 1조500억원 ▲SNB(사우디국립은행)캐피탈 1900억원 ▲모회사 SK이노베이션 2조원 등이다. 지난 6월 8일에는 싱가포르 기반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4억달러(약 5300억원)를 투자받기로 하고 이사회에서 주주 간 계약 체결의 건을 승인했다. 이 FI는 MBK컨소시엄의 일원으로 SK온 투자에 합류했다. 이외 외부 차입으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최대 2조원을 빌린다. SK이노베이션이 보증을 서고 현대차가 1조2000억원, 기아가 8000억원을 SK온에 빌려준다. 유로본드 발행으로도 약 1조2000억원 수준의 자금을 모았다. 유상증자, 차입, 채권 발행으로 8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경훈 CFO(부사장)가 SK온의 공격적인 재무 전략을 주도했다. 김 부사장은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최 수석부회장과 미국 브라운대 동문으로 컬럼비아대 MBA를 마친 뒤 미국 리먼브라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을 거쳐 SK온 CFO로 합류했다.

발목을 잡던 수율 우려도 조금씩 완화되는 추세다. SK그룹에 따르면, 헝가리와 중국 공장 수율은 90% 이상, 미국 공장은 80% 수준으로 올라온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지난해 증설한 미국과 헝가리 공장에서 낮은 수율로 애를 먹었으나 최근 개선세가 뚜렷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투입되는 장치 산업에서는 수율이 나빠 생산량이 줄어들면 이익률이 곤두박질친다. 제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했더라도 생산 단계에서 이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다면 회사로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정 수준 영업이익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설비 투자에 쓸 돈도 마련할 수 없다. 외부 투자와 차입으로 설비 투자에 대응하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 후발 주자인 SK온은 수율이 기대치에 못 미쳐 막대한 적자를 내며 버텨왔다. 2차전지업계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대규모 장치 산업에서 해외 현지 생산 체계로 일원화되는 과정에서 부딪힌 난관 중 하나가 생산과 수율 문제였다”며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한국 기업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생산 전문가가 매우 드물다”고 돌아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 회사는 기본적으로 대당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첨단 장비 없이 기존 장비로도 높은 수율을 구현하기를 바라는데, 유럽과 미국 공장의 현지 직원들은 ‘첨단 장비를 구입하면 되는데 왜 투자를 더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나와 수율 확보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털어놨다.

수율 개선으로 공장 가동률도 회복세가 뚜렷하다. SK온의 올해 1분기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86.8%)보다 9.3% 상승한 96.1%였다. 윤용식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SK온은 수율 개선과 출하량 증가, 대규모 투자에 대한 자금 조달 불확실성 해소, 각형 배터리 개발로 인한 폼팩터 다변화 등 긍정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분위기 반전…청구서는 부담

한투PE에 年 7.5% 수익 보장

LG에너지솔루션 소송 패소와 IPO 실패로 얼룩진 분위기를 다잡아가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만큼 향후 계산서는 반드시 청구된다. 무엇보다 IPO 성공에 대한 압박감이 매우 커졌다.

SK온이 한투PE, SNB캐피탈, MBK컨소시엄 등에 자금 조달을 대가로 받아든 청구서는 전환우선주다. 2026년 말까지 SK온이 IPO를 추진하고, 중과실이나 고의 등으로 IPO가 완료되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은 풋옵션(약속한 가격에 팔 권리) 행사가 가능하다. SK온은 한투PE와는 IRR(내부수익률) 기준 7.5%의 연 수익률을 보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IRR은 NPV(Net Present Value·순현재가치)를 0으로 만드는 할인율(기대수익률)로, 초기 투자금과 이후 예상되는 세후 현금흐름을 같게 만드는 할인율이다. 쉽게 말해, 손익분기점 개념과 유사하며 대체로 IRR이 높을수록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달리 말해, 7.5%의 수익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급한 불을 끌 수 없었다는 의미다.

7.5%의 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하면 한투PE는 SK이노베이션에 SK온 주식에 대해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동반매도요구권은 투자자 측이 피투자 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을 패키지로 매각할 수 있게 조건을 달아 가격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옵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드래그얼롱 행사에 대한 콜옵션을 갖는다. SNB캐피탈·MBK컨소시엄 투자 역시 비슷한 조건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합은 소수 지분 투자에 대한 투자자 보호 장치다. 과거 소수 지분 투자 시 활용됐던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이 금지되면서 ‘드래그얼롱+콜옵션’ 조합이 널리 쓰인다. 즉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가 SK이노베이션의 SK온 지분까지 묶어서 매각할 수 있고,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응해 일정 수익률을 보장하고 지분을 되사올 수 있다.

정리하면, SK온은 8조원이 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연 7.5%의 수익률을 보장해야 하며 가까운 시기에 IPO까지 성사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시장에서는 SK온이 한투PE와 SNB캐피탈, MBK컨소시엄 측에 연간 1800억원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야 할 것으로 추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7.5%가 지금처럼 고금리 국면에서는 나쁘다고만 볼 수 없지만, 한투PE의 투자 기간이 4년이며 올해 이후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상황에 따라 역마진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재무 압박에 시달리던 SK온이 공격적인 자금 조달로 올 상반기에만 8조원 이상 모았다. 사진은 SK온 미국 조지아주 제2공장. (SK 제공)
현대차와 기아로부터 빌린 최대 2조원의 차입금에 대해서도 매년 이자를 줘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이 채무를 보증하고 보증 기간은 2023년 7월부터 2028년 9월로 약 5년이다. 실제 차입 금액에 따라 이자는 달라지겠지만 첫해 한도 내 금액을 모두 빌리고 연 이자율을 5%로 가정하면 매년 이자만 1000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에만 8조원 이상 자금을 모았지만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올해 SK온이 밝힌 설비 투자 계획만 7조원이다. 앞으로 2차전지 시장 상황에 따라 자금을 추가로 조달해야 할 수 있다. IPO 기간이 다가올수록 기존에 청구된 비용을 웃도는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아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영업 활동으로 번 현금흐름의 일부분을 설비 투자에 쓰지 못하고 투자자에게 수익으로 돌려주는 점은 상황에 따라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SK온의 흑자전환에 관한 증권가 전망은 엇갈린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에 따른 AMPC(생산세액공제) 혜택이 이르면 올 2분기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증권은 SK온이 3440억원의 적자를 보겠지만 AMPC 혜택이 6720억원에 달해 전체적으로는 3280억원의 흑자를 낼 것으로 봤다. SK증권은 올해 SK온이 7280억원의 AMPC 혜택을 보겠지만 연간 영업적자는 117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3호 (2023.06.14~2023.06.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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