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美 이민자 이야기로 돌아본 지역 활성화

이종길 2023. 6. 14.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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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은 미국 이민자에 관한 이야기다.

배경인 엘리먼트 시티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지역이 빠진 지역복원은 공허하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업체계에 균등하게 반영돼야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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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멘탈' 위기 빠진 파이어 타운 구하는 이야기
지역 빠진 지역 복원 아이러니…획일화된 중앙정부 꼬집어
지속 가능한 번영 위한 변화…당사자성 가치관 강조

영화 '엘리멘탈'은 미국 이민자에 관한 이야기다. 배경인 엘리먼트 시티의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다. 불, 물, 공기, 흙 등 원소들은 각자의 자치구에서 살아간다. 거주, 노동 등 환경에는 차등이 있다. 가장 열악한 자치구는 뒤늦게 이주한 불의 파이어 타운. 도시 변두리에 있는 빈민가다. 하수구 배관은 낡았고, 인근 강물을 막은 제방은 없다시피 하다. 범람으로 침수되면 주민 태반이 소멸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정착한 물의 자치구는 정반대다. 초고층 건물들과 푸른 숲이 어우러져 아름답고 쾌적하다. 전 국토의 12%에 불과하나 인구의 52%가 몰려 사는 수도권 같다. 빈부격차, 양극화 등 자본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실감하게 한다.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문제 삼는 위험 요소는 인종 차별이다. 상극을 이루는 원소들을 통해 혐오 등을 은유한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파이어 타운을 구하는 이야기로 또 다른 고민거리도 던진다. 바로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한 변화다. 피터 손 감독이 강조하는 가치관은 자치분권으로 요약되는 당사자성이다. 당사자성이란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동기나 기제를 뜻한다. 간절할수록 성과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불인 앰버(레아 루이스 목소리)는 변화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그는 아버지 버니(로니 델 카르멘 목소리)의 소박한 가게를 물려받으려고 한다. 그러나 물이자 조사관인 웨이드(마모두 아티 목소리)의 융통성 없는 상부 보고로 승계는커녕 폐업할 위기에 처한다. 관리 부실은 앰버나 버니의 책임이 아니다. 애초 도시 계획을 허술하게 실행한 엘리먼트 시티 잘못이다. 범람으로 이어질 화근을 오랫동안 방치했고, 문제를 인지한 뒤에도 안이하게 대처했다.

앰버는 웨이드와 함께 근본적 원인을 찾아 나선다. 불안한 이웃 관계지만 척척 맞아떨어지는 역할 분담으로 서로의 빈틈을 메운다. 주도하는 쪽은 전자다. 문제에 대한 공감과 해결 의지가 내재화된 주인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당연히 지역문제도 속속들이 잘 안다. 정확한 병명을 찾아내 치료하는 의사처럼 효과적 해법을 찾아낸다. 중앙정부를 대변하는 웨이드는 이와 크게 대조됐다. 남달리 해보려는 시도는커녕 다른 방식이 없을까 고민하지 않았다. 현실도 모르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중대한 의사결정까지 해버렸다. 그는 앰버의 절실함에 공감한 뒤에야 현장과 괴리된 정책 결정으로부터 탈피한다.

일련의 과정은 보여주기에 치중한 지역 활성화에 대한 반성과 같다. 지역이 빠진 지역복원은 공허하고 씁쓸할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여태껏 그런 함정에 자주 빠졌다. 혁신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찾아도 낯설고 불편하게 여겼다. 변화를 둘러싼 이익집단의 견제와 압박까지 적잖아 당사자 중심으로의 사업 전환에 애를 먹었다. 오래도록 전승된 기존 틀에 맞춰 구조화한 뒤 예산을 내려보내고 결과를 취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다 보니 지역 활성화인데도, 주체는 중앙이고 객체는 지역이었다.

도시 재생도 다르지 않았다. 실행 공간은 대부분 지방 권역. 그러나 도시로 불리기 힘든 지역에서조차 도시 재생이란 타이틀로 획일화된 사업이 펼쳐졌다. 적잖은 시골에는 지금도 간접적 참여권만 주어진다. 좀처럼 당사자 스스로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할 물꼬가 트이지 않는다.

물론 앰버의 부모처럼 지자체의 정책 결정 시스템이 중앙정부보다 관료적이고 폐쇄적일 수도 있다. 뭣이든 짓고 보자는 경쟁적 토건형 프로젝트가 대표적 예다. 정밀한 수요조사는커녕 주민 의사조차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요구되는 자세가 당사자성이다.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사업체계에 균등하게 반영돼야 지역 활성화의 새로운 주체로 부상할 수 있다. 준비된 앰버가 파이어 타운에 안녕을 가져오듯….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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