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에게 건넨 토스트 한 봉지

박성희 2023. 6. 1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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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광장동으로 12년째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소망교회 출석)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기간 출근 시간 때 경험한 이야기로 아직도 문득 생각이 난다고 했다.

출근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터라 허기진 상태에서 먹는 토스트 한 조각이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즐겨 먹었어요.

달콤한 향이 나는 토스트 봉지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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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루] “행동으로 보여준 설교”… 출근길 광나루역 진한 여운


얼마 전 서울 광장동으로 12년째 출근하고 있는 직장인(소망교회 출석)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코로나 기간 출근 시간 때 경험한 이야기로 아직도 문득 생각이 난다고 했다. 다음은 그의 이야기 요약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항상 광나루역 2번 출구로 나옵니다. 출구 앞에는 토스트를 파는 포장마차가 하나 있어요. 출근 시간이 한 시간 정도 걸리는 터라 허기진 상태에서 먹는 토스트 한 조각이 얼마나 맛있던지… 정말 즐겨 먹었어요. 2번 출구로 나오다 보면 계단에 검고 허름한 옷을 입은 노숙자 한 명이 구걸하며 앉아 있었어요. 거의 매일 그를 보았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가끔 천원 지폐를 바구니에 놓고 가면 검은 후드 티셔츠로 머리를 꽁꽁 가린 채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감사를 표현하곤 했어요.

저는 멀리서라도 검은 옷의 그 사람이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반대편 벽 가까이에 붙어서 최대한 빨리 지나가려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어요. 마스크를 쓰고 빠르게 지나가도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풍기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안경을 쓰고 마른 체형의 남학생이 배낭을 메고 제 앞을 빠르게 지나 계단으로 올라갔어요. 저는 당연히 ‘이곳을 빠르게 지나가고 싶은가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조금 후에 보니 그 남학생이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계단을 내려왔어요. 그러더니 그 노숙인 앞에 몸을 수그리고 앉아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전해줬어요. 달콤한 향이 나는 토스트 봉지였어요.

노숙인이 어리둥절해하자 그 남학생은 직접 검은 봉지에서 토스트를 꺼내서 손에 쥐어주며 “배고프시죠?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하고 다시 2번 출구로 올라갔어요. 2번 출구를 통과해서 500미터쯤 지나면 장로회신학대학교가 나와요. 그 학생은 그쪽으로 걸어갔어요.

저는 그 학생이 특별히 목회를 꿈꾸는 학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 학생이 훗날 목회하는 교회라면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 학생을 통해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마음에 감동이 되었으니까요. 이미 행동으로 훌륭한 설교 한편을 완성했다고 전해주고 싶었어요.

지금 광나루역 2번 출구에는 노숙인도 없고, 토스트 포장마차도 없다. 그리스도인이 전해준 향기만 이렇게 이야기로 남아 있다.

◇'그·하루-그리스도인의 하루'는 신앙생활에 힘쓰는 평범한 그리스도인의 특별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성원 바랍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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