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꿈꾸는 의사 양성… 의대 신축 ‘또 하나의 소명’

박성희 2023. 6. 1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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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직 연세의대 학장 <신촌성결교회 장로>
이은직 학장은 “나라를 구하는 의사, 생명을 구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연세의대의 역사와 정신”이라고 밝혔다.


“연세대 의과대학은 하나님이 세워주셨습니다. 알렌 선교사를 통해 첫 문이 열렸고, 에비슨 선교사의 의학교육에 대한 사명과 미국인 실업가 세브란스 씨의 기부 덕분에 지금의 의과대학이 있습니다.”

연세의대 교수 1250명, 학생 2170명을 섬기는 이은직(63·신촌성결교회 장로) 학장을 지난 7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이 학장은 1962년에 지어진 의대 건물을 기독교 정신이 흐르는 전통의 공간으로 소개하며, 매일 새벽예배에 참석한 후 기쁨과 감사의 마음으로 학장실에 들어선다고 밝혔다.

연세의대는 올해 ‘THE 세계대학평가’ 의학부문에서 32위를 차지했으며, 교육과 연구만으로 평가한 항목에서는 12위를 차지했다. 두 가지 순위 모두 국내 1위였다. 연세의대는 국내 의과대학 최초로 2013년 ABCD 순으로 평가하는 학점과 등수를 전면 폐지했다. 전국 학생 중 상위 0.1%의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학업평가로 줄을 세우면 하위권 학생들이 ‘루저’가 되는 분위기를 없앤 것이다. 학생들을 Pass와 Fail 두 가지로만 평가하니 치열한 경쟁이 없어지고, 학생들이 협동하며 연구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제연구논문이 10년 전 0편에서 현재 매년 50편씩 쏟아지고 있다.

이 학장은 1995년부터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2000년 초반 특성화 과정으로 연수차 온 연세의대 재학생(현재 내분비내과 교수)을 지도한 것을 계기로 ‘모교로 돌아가 핵심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비전을 품게 됐다.

2006년 귀국 후 이 학장은 의대 재학시절 5번의 전액 장학금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학생 때 받았던 장학금을 돌려주자는 생각으로 현재 등록금으로 환산해 ‘장학금되돌려주기운동’으로 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구기술이전 수익금으로 ‘세브란스젊은의학자상’을 제정하는데 기여해 올해로 7번째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 학장은 그동안 세브란스병원 기획실장, 의과대학 임상의학연구센터소장, 의생명연구원 부원장, 내과학교실 주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희귀난치성 질환인 뇌하수체 종양 및 기능 이상 환자의 진료 및 새로운 병인과 치료법 개선을 연구해 세계적인 업적을 이루기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하며 연구자, 의사, 교수로서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6월 교회에서 열린 장로임직식에서 이은직 학장이 ‘임직자대표’로 답사를 전하는 모습.


이 학장의 정년퇴임은 학장 임기와 같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을 2년여 앞두고 제33대 의과대학 학장으로 취임했다. 이 학장은 이보다 앞선 6월 출석교회인 신촌성결교회에서 장로 임직을 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학장 자리 ‘콜’을 받았다. 이 학장은 “장로가 된 후 하나님의 기관인 연세의대 학장이 되었다”며 “주신 임무가 있음을 믿고 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 학장이 맡은 가장 큰 임무는 의과대학 신축이다. 예전에는 의과대학에서 훌륭한 의사 양성만을 목표로 했다면, 요즘에는 훌륭한 의학자, 의사과학자 양성도 함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의 교육시스템과 최신 연구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 학장은 지난해 4월 이사회에서 승인한 의과대학 신축을 위해 ‘노벨생리의학상을 꿈꾸는 핵심 인재들이 연구하는 공간’ ‘연세, 의학의 미래를 짓다’ 등의 비전을 세우고 발로 뛰고 있다. 6월에도 미국 LA, 디트로이트, 시카고 등을 방문해 졸업생 및 기부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신축 의과대학은 현 알렌관과 행정동 인근 11만5000㎡ 부지에 세워지며, 미래의학연구를 위한 별도 공간도 계획 중에 있다. 이 학장은 “새 의과대학 건물은 의학교육, 실험실습, 연구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첨단 시설을 갖춘 미래형 공간이 될 것”이라며, “특별히 140석 규모의 아름다운 채플실도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장은 “세브란스병원의학교(제중원) 1회 졸업생 7명은 우리나라 최초의 면허의사였으며, 그중 5명은 항일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1명은 모교에 남아 의학교육을 담당했다(1명은 결핵으로 사망)”며 “나라를 구하는 의사, 생명을 구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연세의대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학장은 주일이면 교회 앞마당에서 주차 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오가는 성도들의 건강도 상담해준다. 이 학장은 “마태복음 포도원 품꾼의 비유처럼, 마지막 일꾼으로 뽑힌 자에게도 한 데나리온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생각하며 주어진 사명을 위해 믿음으로 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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