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 경상도 부부도 행복 뚝뚝 부부로 변신”

이동희 2023. 6. 14.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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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커플힐링센터 대표 김한진 전도사-백순화 사모
김한진 전도사 부부( 앞줄 가운데)와 커플힐링센터 부부세미나에 참석한 부부들의 행복한 모습.


“손잡고 교회에 갔더니 ‘서울분이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웃으며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김한진(부산동성교회) 전도사와 백순화 사모 부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자연스럽다. 종종 유머의 소재로 등장하는 ‘경상도 남자’ 김한진 전도사와 ‘경상도 여자’ 백순화 사모는 부산에 부부 행복 DNA를 심고 있다. 지난 5일 부산 동구 커플힐링센터 사무실에서 이 부부를 만났다.

김한진 전도사는 지난 2018년 교육 공무원 연차 30년을 채우자마자 정년이 9년이나 남았는데도 퇴직을 하고 부부들을 회복시키는 비영리단체 커플힐링센터를 세웠다. 2003년 부산에서 아버지학교(15기)를 수료하면서 아버지로서의 ‘회심’을 경험하고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지 15년 만의 일이다.

그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열망이 커져 조금 이른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며 “저희도 그랬지만 많은 부부가 부부로 잘 살아가는 데 필요한 훈련을 어디서도 받지 않은 채 살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데, 약간의 도움만 있어도 행복한 부부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사역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전도사는 두란노 아버지학교 수료 이후 지금까지 20년째 아버지학교 봉사자로 섬기며 매주 중보기도에 참여할 정도로 열정적이다. 가정에 눈 뜨게 해 준 아버지학교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 때문이다. 아버지학교 수료 전까지 김한진 전도사와 백순화 사모도 부부학교에서 만나는 부부들처럼 위기를 겪었다.

백 사모는 그 시절을 ‘우리 가정의 암흑기’라고 회상했다. 그는 “사랑해서 결혼했는데도 불구하고 첫 아이를 낳은 이후 서로에 대한 실망과 낙심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며 “그런 어려운 시간이 있었기에 저희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사역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 전도사도 “대부분 가정이 우리 부부처럼 결혼 후 2~3년 안에 고비가 온다. 출산 이후에 환경이 변하는데다 연애 감정에서 나오는 호르몬도 끝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때 남자에게는 칭찬과 인정이, 여자에게는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남녀의 차이를 알고 서로를 조금씩만 돌아볼 수만 있어도 이혼의 80%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부부관계에서 극적인 회복을 경험한 이들은 부산에 두란노 부부학교를 개설하는 등 가정 사역에 에너지를 쏟았다. 이 부부의 헌신을 기반으로 부산 부부학교는 서울 본부의 도움 없이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부부학교 개최를 할 수 있는 자생력 있는 지부로 성장했다. 김한진 전도사는 올해 두란노 부부학교 부산 팀장을 맡았다.

부부는 두란노 아버지학교와 부부학교 강사로 사역 외에 커플힐링센터 주관으로 부부세미나를 진행하기도 한다. 두란노 부부학교를 개최할 수 없는 교회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교회의 상황에 따라 1회 특강, 2회에서 3회까지 이어지는 프로그램까지 유연성 있는 맞춤 사역이 가능하다. 올해도 이들은 커플힐링센터 주관으로 김해 남포교회, 마산 산창교회, 주례교회 등에서 부부세미나를 진행했다.

김한진 전도사 부부는 가정에서 부부의 행복이 기초가 되어야 자녀들도 잘 자랄 수 있기에 부부들을 힐링하는 커플힐링센터를 세웠다.


김 전도사 부부는 부부세미나가 끝난 후 무표정 얼굴에 웃음기가 돌며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돌아가는 부부들을 볼 때마다 부르심을 확신하게 된다.

백 사모는 “부부들이 세미나가 끝난 후 처음 왔을 때와 달리 밝고 행복한 얼굴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며 “몇 년 전만 해도 부산의 가정을 책임진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어느 순간 부산의 모든 가정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한진 전도사는 마음을 표현하기에 서툰 부산 문화의 특성을 언급하면서 부부세미나로 더 많은 부부가 건강한 부부로 세워지기를 희망했다.

그는 “얼마 전에 저희 부부가 다정하고 행복해 보여서 서울에서 온 줄 알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경상도 남자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표현에 서툴다는 것을 느꼈다”며 “세미나 중에도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하면 부산 분들은 얼굴부터 빨개지면서 ‘사랑한데이’, ‘내 맘 알제’ 이 정도가 전부”라며 웃었다. 이어 “세미나에 참석하는 부부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결혼 이후 자녀를 떼어놓고 단 둘이 오랫동안 대화해 본 것이 처음”이라며 “부부 사이에 일상적인 생활 대화 외에 서로의 마음을 표현할 시간이 없는데 교회 안에서 이런 부부세미나를 열어서 부부간의 신뢰를 되찾는 기회를 찾게 해 주면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콩깍지가 벗겨진 이후부터 진짜 ‘부부의 사랑’이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도사는 “결혼에도 우상향곡선이 필요하다. 굴곡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점점 좋아지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며 “아이들 키우면서 서로 힘들기 때문에 이혼 위기가 있지만 50대가 넘고 자녀가 독립하면 결혼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시기가 분명히 온다. 마중물이 있어도 펌프질을 해야 물이 올라오는 것처럼 수고로움으로 사랑을 유지해 가는 부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 사모 역시 “부부관계는 서로의 노력과 헌신으로 이루어지는 우정”이라며 “‘대추 한 알’이라는 시처럼 대추가 자라기 위해서도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가 시간을 통과하듯 부부도 그렇다. 그런 시간을 통과하며 더 단단해진다”고 전했다.

부산=이동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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