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차 강매 청년 피해 만연…"택배기사 구인 전용 플랫폼 운영"

노경조 2023. 6. 14.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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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채용을 앞세워 청년들에게 중고 택배차를 강매하는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택배차 강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이승원 안녕첫차 대표는 "알바몬 등에 허위광고를 올리는 업체들은 사실상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화물차 임대는 불법인데 구직자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돈을 받아 (명의자들에게) 메우는 셈"이라며 "택배차 사기 수법이 점차 알려지자 1400만원짜리 청소차를 3200만원에 강매하는 수법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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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피털사 끼고 고금리에 택배차 강매 유도
"관련 구인 공고에 경고 팝업…민·관 협력"

#. 올해 초 알바천국에서 월 5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공고를 보고 택배기사 일자리에 지원한 신모씨(23)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2800여만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1종 대형면허와 화물운송자격증 소지자라는 우대 조건에 부합해 면접도 어렵지 않게 통과한 그였다. 문제는 공고를 낸 알선 업체가 택배차를 사야 일을 할 수 있다고 했고, 신씨 명의로 캐피털사에서 대출받아 중고 포터 탑차를 구매하도록 했다. 이 업체가 말한 찻값은 2180만원이었으나 뒤늦게 알게 된 시세는 1300만원이었다. 신씨는 허위광고·사기라는 사실을 알고 업체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되레 위약금 600만원을 더 내라는 말을 들었다. 억울한 상황에 내용증명까지 받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따. / 사진=노경조 기자

택배기사 채용을 앞세워 청년들에게 중고 택배차를 강매하는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알바천국, 알바몬 등 주요 구인·구직 플랫폼(이하 플랫폼)에서 '유명 택배업체 취업', '월 500만원 이상 고수익 보장' 등의 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물류업계, 플랫폼 관계자들은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센터에서 '택배차 강매 사기 근절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자리한 청년들은 수입은커녕 매달 값을 갚고 있는 처지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공고 내용만 보고 사기 업체인지 판별하기 어려운 만큼 플랫폼에서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배차 강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이승원 안녕첫차 대표는 "알바몬 등에 허위광고를 올리는 업체들은 사실상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 화물차 임대는 불법인데 구직자들에게 일을 시키면서 돈을 받아 (명의자들에게) 메우는 셈"이라며 "택배차 사기 수법이 점차 알려지자 1400만원짜리 청소차를 3200만원에 강매하는 수법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플랫폼에 허위광고 신고도 여러 차례 해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고도 했다.

플랫폼 업체들은 화물차 운송사업허가증과 주선사업허가증이 있는 경우에만 택배 관련 구인 공고를 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기 업체를 미리 가려낼 수 없는 건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라는 것. 월평균 17만건이 공고되는데 모든 사업자를 검증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이영걸 알바몬 전무는 "증빙서류를 구비하고서 목적을 갖고 사기를 치는 업체들인데. 신고가 들어와야 알 수 있는 구조"라며 "관련 공고들에 주의 알람을 띄우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7월 이후 택배기사 전용 구인 플랫폼을 서비스하기로 했다. 이때 택배차를 사게 하거나 캐피털·신용 조회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사기 위험이 있다는 경고를 팝업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통합물류협회와 협업해 국토부 물류신고센터 내 '택배차 사기 예방 및 피해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지동선 국토부 생활물류정책팀장은 "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센터에 신고해 정상 업체인지 판별 받은 뒤 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센터에서 법률 자문 등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화물차 구입 시 캐피털사 연계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과 논의하기로 했다. 사기를 칠 요인이 없도록 대출 한도를 낮추는 방안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다만 택배기사는 화물차가 있어야 하고, 할부를 필요로 하는 이들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택배차 강매 사기는 성실히 일하려고 하는 사회초년생을 빚의 수렁에 빠뜨리는 악질 민생 사기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민관이 협력해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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