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산 너머 다도해·선왕산 아래 사랑… ‘그 섬에 가고 싶다’
전남 신안은 ‘섬의 고장’이다. 유인도, 무인도 다 합치면 그 수가 1000개를 훌쩍 넘는다. ‘1004의 섬’을 자랑한다. 그 가운데 도초도는 고대 한·중 교역로 중 쉼터였다. 옛 중국사람들이 자기네 수도(都)와 비슷한 지형에 초목(草)이 무성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웃 비금도와 다리로 이어지고 우이도로 향하는 배도 들르는 섬이다.
도초도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의 실제 촬영지다. 영화는 신유박해로 흑산도(현재 우이도)에 유배된 정약전이 창대라는 청년을 만나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정을 나누며 조선 최초의 어류도감 ‘자산어보’를 함께 집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도초도 북서쪽 해안가 언덕에 세트장이 있다. 정약전이 머물던 초가에서 ‘인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이 찾아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담한 어촌마을의 평온한 정취가 느껴진다. 액자의 프레임처럼 마루가 뻥 뚫린 초가집은 멋진 바다 풍광을 들여놓고, 황홀한 일몰경을 펼쳐 놓는다. 바다 건너 실제 정약전이 유배됐던 우이도가 아련히 보인다. 드라마 ‘슈룹’도 촬영됐다. 나중에 왕이 되는 성남대군과 왕비가 되는 청하가 처음으로 서로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인근에 도초도 ‘환상의 정원’이 있다. 도초도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약 4㎞ 구간에 걸쳐 조성된 팽나무 가로수길이다. ‘팽나무 10리길’로도 불린다. 전국 각지에서 기증받은 70~100년생 팽나무 700여 그루가 폭 3m 길을 따라 늘어섰다. 팽나무 아래에 식재된 수국이 만개하면 오래된 나무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가로수길 끝에는 15종, 3만여 본의 수국이 식재된 수국공원이 있다. 이 일대에서 섬수국축제가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다.
가까운 곳에 감나무가 많아 이름지어진 시목해변이 자리한다. 모래사장 길이가 2.5㎞에 이른다. 임자도 대광해수욕장, 암태도 추포해수욕장, 비금도 원평(명사십리)해수욕장과 더불어 신안의 4대 해수욕장으로 꼽힌다. 신안에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 야영장도 이곳에 있다.
도초도 화포선착장에서 서남문대교를 건너면 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비금도다. 1946년 우리나라 섬 중에서 최초로 천일염이 시작된 곳이다. 1948년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조성했던 대동염전은 등록문화재(362호)로 지정돼 있다.
볼거리도 쏠쏠하다. 섬 가운데 그림산(226m)에서 선왕산(255m)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림산은 화강암 봉으로 이뤄진 바위 전시장이다. 200m급 산이지만 조망은 2000m급 산에 뒤지지 않는다.
상암주차장에서 출발해 능선에 올라서면 염전과 섬,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멋진 경치와 기묘한 바위가 이어진다. 정상 바로 아래 한반도 지도 바위가 눈길을 끈다. 누군가 작은 돌을 가져다 제주도까지 꾸며놓았다.
이어 우회로도 있지만 해산굴을 통하면 바로 정상이다. 발아래 비금도 들판과 주변 다도해 풍광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멀리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명사십리해변이 눈에 들어온다. 모래의 질이 고우면서 단단해 자동차가 빠지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는 해변이다. 그림산의 하이라이트는 투구봉(210m)이다. 북한산 인수봉을 닮은 단일 암봉이다. 아치 목교로 연결돼 있어 쉽게 오를 수 있다. 난간 옆에 서면 발아래 펼쳐진 풍광이 시원하다.
선왕산 아래에는 ‘하트해변’으로 잘 알려진 하누넘 해변이 있다. 하누넘은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곳이란 뜻인데, ‘하누’와 ‘넘이’의 사랑이란 뜻도 있고 ‘하늘 넘어’란 의미도 있다. 오래전 배를 타고 고기잡이 나간 ‘하누’가 풍랑을 만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만 ‘넘이’는 해안에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는 애틋한 사랑의 전설을 품고 있다. 포장도로 바로 옆에 하트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있는 ‘하트 전망대’가 있다.
비금도는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승을 거둔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의 고향이다. 2008년 문을 연 ‘이세돌 바둑박물관’ 앞 알파고와의 역사적인 한판승을 재현한 조형물이 이채롭다.
다리 연결 도초·비금 엮어 여행
우이도 민박집에서 숙식 해결
신안군 도초면은 면 단위이지만 볼거리가 많다. 다리로 연결된 이웃 섬 비금도와 엮어 여행하기에 좋다.
도초도까지는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을, 목포 북항선착장에서 차도선 등을 이용하면 된다. 암태도 남강선착장에서 비금도행 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우이도로 가는 길은 더 멀고 험난하다. 목포에서 4시간 넘게 뱃길을 달려야 한다. 그것도 하루 1번뿐. 배는 오전 11시 40분 목포에서 출항해 도초도에 들렀다가 우이도까지 간다. 도초도∼우이도 구간만 운항하는 배도 있다. 우이도 여행은 대부분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이다.
우이도 진리마을과 돈목마을 사이에는 오솔길밖에 없어 차로 이동할 수 없다. 또 여관이나 펜션은 물론이고 식당도 하나 없다. 돈목마을과 성촌마을 약 15가구가 민박을 운영한다. 끼니도 민박집에서 해결해야 한다. 민박집 주인이 직접 잡아서 내는 생선 요리 등 반찬은 맛집 못지않다.
도초도·비금도(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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